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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속시원한 정책 많이 담겼다" 'K-반도체 전략' 반긴 반도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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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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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K-반도체 전략' 관련 주요 내용 및 쟁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스1(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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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내놓은 반도체 사업 지원안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기가 늦은 감이 있지만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는 평가다. 세액공제 등 직접적인 지원 규모는 기존의 업계 요구에 비해 부족하지만, 용수 지원이나 해외 장비기업 유치 등 마련된 간접적 지원안으로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발단으로 전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파격 혜택을 잇따라 내놓자 마련한 방안이다.

지원안에는 그간 업계에서 나온 목소리가 다각도로 담겼다. 연구개발(R&D)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강화하고 반도체 산업혁신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확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용수와 전력와 같은 인프라 지원과 규제완화 등 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간접적인 대책도 여럿 담겼다.

세제지원의 경우 핵심전략기술(가칭)을 신설해 R&D 및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을 높인다. 대기업을 기준으로 기존 20~30%(신성장·원천기술)에 머물렀던 R&D 세액공제를 최대 40%까지, 시설투자를 3%(신성장·원천기술)에서 6%로 높인다. 중소기업은 R&D에서 최대 50%, 시설투자에서 최대 16%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이뤄진 업계의 제안(R&D 및 설비투자에 대해 50% 감면)이나 경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개선 폭이지만, 기업들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6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부전공·복수전공 활성화를 통해 1500명, 전공트랙과 장도체 장비 기업 연계 계약학과 5개를 신설해 1만4400명,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7000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 재직자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전문실무교육을 제공해 실무인력 1만3400명도 양성할 예정이다.

인재 육성안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학과를 통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만 제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취업 연계로 학생들의 관심도는 물론 교육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입사 이후 진행하는 전문분야 교육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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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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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안에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돕는 다양한 간접 지원안도 포함됐다. 특히 '반드시 잡아야 하는 업체'로 불리는장비업체 네덜란드 반도체 ASML의 트레이닝 센터를 화성에 유치하기로 한 데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정부는 "ASML이 2400억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투자 애로해소 및 인허가 지원 등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 설명했다.

ASML은 미세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10월 유럽 출장 중에 직접 본사를 방문하는 등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인 업체다. 시장 한 인사는 "ASML과 지근거리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SML 첨단장비는 다루기도 어렵고 유지보수도 쉽지 않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지연시켰던 각종 규제도 완화된다. 화학물질 최급시설 인허가 신속처리 패스트트랙을 도입될 예정인데, 이를 통하면 기존 소요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에는 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국내는 각종 규제로 경쟁국에 비해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 자원인 '물'을 신경쓴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기반 구축의 일환으로 용인과 평택 등에 10년치 반도체 용수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폐수처리도 재활용 R&D 등을 적극 지원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사용될 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이 10년간 신규 팹 건설을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라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그간 업계에서 제기됐던 가려운 부분들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정책이 많이 담겨있다고 본다"면서 "정책을 실효성 있게 구체화하고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수출은 지난해 992억불(약 112조1850억)에서 2030년 2000억불(약 226조1600억)로 증가하고, 고용인원은 총 2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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