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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번엔 모더나 백신 생산설 떴다…장중 90만원 찍은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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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앞에 걸린 사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김민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코스피 시장에서 13일 장중 한때 90만원을 넘었다. 이날 오전 삼바는 90만5000원에 거래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삼바 3공장 설비 교체설…모더나 위탁생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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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 공지사항을 띄워 화이바 백신 위탁생산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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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가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코로나19 백신을 인천 송도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전날인 12일엔 화이자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삼바 측은 즉시 ‘사실이 아니다’고 공시했다. 이날은 ‘모더나 백신 생산설’이 부상했다. 오는 2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삼바 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모더나 백신 공급을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삼바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더나 백신 생산 여부는 물론, 정상회담 참석 여부도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다만 화이자 백신 생산설을 강력히 부정한 것과 달리, 이번엔 삼바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선회한 데 대해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설이 확산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두 가지 해설이 나온다. 먼저 삼바가 현실적으로 모더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삼바가 송도에 보유한 제1공장(3만L)·2공장(15만4000L)·3공장(18만L)에선 현재 모두 상업생산이 진행 중이다. 건설 중인 제4공장(25만6000L)은 내년 말에야 부분 가동이 가능하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바의 생산시설은 니어 풀 케파(near full capacity·거의 빈 곳이 없는 상태)”라며 “갑자기 코로나19 백신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신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생산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지난달 15일 “해외에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한 제약사가 8월부터 국내에서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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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첫 번째 전문가 자문 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12일 오전 충북 청주시 녹십자 오창공장에서 민·관·군이 합동으로 모더나 백신 수송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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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바가 지난 2월쯤부터 일부 생산라인 교체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바가 이때부터 제3공장 내 일부 생산라인을 교체했다”며 “이게 단순한 시설 정비인지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체 작업을 진행했던 건 맞다”고 전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바가 8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삼바는 통상 6~24개월 걸리는 항체치료제 생산설비 구축을 불과 3개월 만에 완성한 경험이 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그간 릴리·GSK 등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삼바 측은 제3공장 설비 교체설에 대해 “고객사와 계약 관련한 사항은 모두 비밀유지 조항”이라며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객사 요청이 없으면 어느 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백신 위탁생산설 두고 ‘스무 고개’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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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인 36개국. [자료 아워월드인데이터, 뉴욕타임스(NYT) 백신 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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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부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언이 흘러나온 건 대부분 정부 관계자였다.

백영하 총괄팀장이 지난달 ‘8월 대량공급설’에 불을 지핀데 이어, 이달 5일엔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모더나·화이자도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자 여러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기업과) 여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백신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가, 제약사로부터 비밀유지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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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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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질병관리청은 지난 10일 “전령RNA(mRNA)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mRNA 백신은 화이자·모더나 뿐이다.

정부는 이처럼 백신 대량 위탁생산 관련해 ‘군불’을 지피면서도 구체적인 공급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삼바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에스티팜 등 백신 관련한 다수의 기업의 주가가 요동쳤다. “시장에 혼란을 주는 건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가 자꾸 불확실한 정보를 흘리면 오히려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 수 높다”고 지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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