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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백신 맞으면 100만달러” 오하이오州, 파격 혜택 내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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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독려 위해 ‘100달러', ‘맥주 한 잔' 내건 곳도

미국 오하이오주가 날로 더뎌지는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접종자 가운데 5명을 추첨해 1인당 100만 달러(약 11억 3000만원)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조선일보

마이크 드와인 미국 오하이오 주지사가 12일(현지 시각) 텔레비전 연설에서 18세 이상 코로나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매주 5명을 추첨해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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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12일(현지 시각)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는 오는 26일부터 5주간 매주 백신 접종자 1명을 추첨해 각각 100만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추첨은 오하이오주 복권 당국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와인 주지사는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백신을 한 번 접종한 이들은 누구나 ‘백신 복권’ 추첨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세 이하 접종자에 대해선 매주 1명을 추첨해 현금 대신 수업료와 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한 오하이오주립대 4년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복권’ 당첨금은 연방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로나 대응 예산에서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드와인 주지사는 13일 트위터에 “100만 달러를 퍼주는 건 미친 짓이고 돈 낭비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단 걸 안다”며 “하지만 이 시국에 진정한 낭비는 충분한 양의 백신이 있는데도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 4일 필 머피 미국 뉴저지 주지사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표한 '주사 한 방에 맥주 한잔' 프로그램의 내용. 아래 협력 맥줏집에 백신 접종 카드를 들고가면 공짜 맥주 한잔을 제공받을 수 있다./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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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주(州)마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뉴저지는 지난 4일 일명 ‘주사 한 방에 맥주 한잔’ 프로그램을 내놓았는데, 5월 중 첫 백신을 접종하는 21세 이상 뉴저지 주민들에게 협력 맥줏집에서 공짜 맥주를 제공하기로 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지난달 26일부터 16~35세 접종자에게 100달러(약 11만원) 상당의 저축채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달 28일부터 백신 접종을 원하는 이웃을 접종센터까지 차로 태워다주겠다고 신청한 자원 봉사자에게 50달러(약 5만6000원)어치의 선불카드를 제공한다. 매릴랜드는 공무원들이 백신을 접종하면 100달러(약 11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집단면역이란 인구의 대다수가 백신을 접종받거나 병을 앓고 지나가 대부분이 면역력을 형성해 바이러스 전염이 현저히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정확히 인구의 몇 퍼센트가 항체를 형성해야 집단 면역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강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집단면역의 분계 점이 최소 80퍼센트가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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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사우스비치의 해변에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 백신 접종소에서 지난 9일(현지 시간) 시민들이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부문 계열사 얀센의 백신을 맞기 위해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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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7월 4일까지 성인 백신 접종률을 7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2일 기준 성인 58.7%가 최소 1차례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체 인구 가운데선 46.4%가 1차례 이상 접종을 완료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각종 설문조사에서는 여전히 혈전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요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와이오밍주나 네바다주 등 내륙 지방에선 백신 불신이 심각해 백신 접종률이 대도시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집단 면역을 국가 단위에서 논의하곤 하지만 질병 전파는 지역 단위에서 일어난다”며 “미국 전체 백신 접종률이 95%이고, 작은 소도시 접종률이 70% 수준이라면 바이러스는 작은 소도시에서 시작해 대도시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탈리 딘 플로리다대 생물통계학 교수는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등이 미국에 언제든 침투해 집단면역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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