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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오늘부터 네이버 댓글 쓰면 프로필 사진 뜬다는데…‘악플과의 전쟁’ 이번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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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김도원 화백⋅조선일보DB




13일 오후 3시부터 네이버 뉴스 기사에 댓글을 쓰면 작성자의 프로필 사진이 공개된다. 작성자의 신원이 좀 더 노출되면 악플(악성 댓글)도 더 근절될 거라는 기대에서 나온 조치다. 네이버가 1년 넘게 ‘악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네이버는 최근 “(원래) 기사 댓글에는 프로필 대신 마스킹(가림) 처리된 아이디 앞 4자리만 남겨져 있어 사용자 인지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왔다”며 “댓글 사용자를 쉽게 알 수 있도록 13일부터 기사 댓글 목록에서도 작성자 본인이 설정한 프로필 사진을 함께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까지는 아니지만, 작성자의 신원을 더 특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댓글 작성자가 자기 댓글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프로필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누리꾼 사이에서 댓글 자정 움직임이 만들어져 책임 있는 댓글 문화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악플과의 전쟁’을 본격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악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9년 10월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가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인터넷 포털업체도 악플 방치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연예인을 겨냥한 악플이 빈번하던 연예뉴스 기사의 댓글을 폐지했다. 또 댓글 작성자가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 최근 30일간 받은 댓글 공감 비율, 스스로 삭제한 댓글 비율 등의 ‘댓글 이력’을 다른 모든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지난해 7월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자 네이버는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스포츠뉴스 기사 댓글도 폐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인공지능(AI) 기반 악플 차단 프로그램인 ‘AI 클린봇’이 욕설뿐만 아니라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035720)도 2019년 10월과 지난해 8월 각각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 기사 댓글을 폐지했다. 앞서 2017년 7월엔 악플 표현을 음표(♪)로 바꿔 표시하는 기능을 도입하는 등 일찍이 악플 잡기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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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사의 댓글 작성자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는 13일에도 여전히 기사 댓글란에 악플이 달리고 있다.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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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예·스포츠뉴스 외 일반 뉴스 기사에서 특정 계층, 개인, 정치인 등을 겨냥해, 일부러 맞춤법이 틀리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악플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포털업체 입장에서는 추가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나온 ‘프로필 사진 공개’의 실효성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의 신원이 특정되는 소셜미디어(SNS) 기반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이라면 프로필 사진 공개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네이버는 그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프로필에 아무 사진이나 올려놓으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프로필은 자기 사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만큼 사용자가 보다 책임감 있게 댓글을 쓰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용자가 자기 얼굴 사진을 프로필에 설정해 놓을 경우 이것을 네이버가 노출시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명보다도 프로필 사진 공개가 더 민감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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