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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체험기]美 청소년 백신 접종 시작…'미친 속도'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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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12~15세 청소년 접종 권고 직후 예약 제한 완화

예약 없이 약국 방문했지만 접종 성공

성인이어 청소년 접종으로 집단면역 시도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2일(현지시간) 오후 12~15세 청소년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를 결정했다. 기자의 12세 아들은 이날 집 주변 약국에서 1차 백신을 접종했다. CDC의 승인 권고부터 접종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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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12세 아들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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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의 발표는 13일부터 접종이었지만 CDC의 결정 직후 대형 약국 체인 CVS는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을 기존 16세 이상에서 12세로 낮췄다. CVS는 CDC의 결정이 있으면 즉시 청소년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즉시 12세 아들의 접종 예약을 시도했다. 마침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13일부터 청소년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CDC의 발표가 난 후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30분 경 접종 예약에 실패했다. 백신 접종자가 감소해 편리한 시간에 예약을 할 수 있던 것과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백신 예약이 없어도 병원이나 약국에서 바로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바로 주변 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45분. 약사에게 예약하지 않았는데 접종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운이 좋다. 딱 한 샷이 남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버려질 뻔한 백신이 쓰일 곳을 찾았다. 일단 안심. 아이의 여권을 제시했다.


온라인과 달리 현장에서는 12세 접종이 거부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평소 미국 느림보 행정을 고려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외였다. 약사가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 그는 "1시간 전에 12세부터 접종이 가능하다는 지침이 내려왔다"라고 설명했다. 약사는 "아마도 내일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줄지어 설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약사는 CDC의 접종 카드에 화이자 백신의 일련번호와 1차 접종 일자를 적어줬다. 평소대로 여권을 통해 신분만 확인했을 뿐 체류 신분은 확인하지 않았다. 애초 백신 접종 시 주소 증명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접종 장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렵다.


최근 뉴욕시는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과 주요 지하철역에 접종장을 설치하고 관광객에도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무료 접종에 한 주일짜리 무료 지하철 이용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경기장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다음 경기 무료입장권도 준다. 뉴욕주는 류현진이 소속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버펄로시 소재 임시 홈구장에서도 무료 백신 접종과 무료 경기 관람 이벤트를 결정했다.


모든 등록 절차가 끝나고 약국 매대 옆에 마련된 임시 접종소에 앉았다. 히잡을 두른 아랍계 약사가 신분을 확인한 후 그날 준비된 마지막 주사를 아들의 팔에 찔렀다.


아들은 "잠시 긴장했지만, 순식간에 끝났다"라고 말했다. 약사는 10분간 앉아 있으라고 했다. 기자가 1차 접종을 한 한 달 전에는 15분을 대기하라고 했지만 5분이 줄었다.


CDC의 접종 권고 결정 후 접종을 마치는 데 약 2시간 30분이 걸렸다. 미국 행정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미친 속도'였다. 미국의 느림보 행정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는 예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접종을 마치고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허드슨강 강가에 깃드는 석양은 어느 때 보다 붉게 물들고 있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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