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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체르노빌 공포’ 고개 드나… 폐쇄 원자로서 다시 핵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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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986년 폭발사고를 일으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기 원자로를 봉인하기 위해 만든 강철 덮개 '뉴 세이프 컨파인먼트(NSC). EBR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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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원자로 깊숙한 곳에 묻힌 우라늄 연료 덩어리가 다시 꿈틀 거리고 있다. 바베큐 구덩이에 있는 불씨와 같다.”

영국 핵 전문가 닐 하야트 셰필드대 교수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을 두고 이렇게 경고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폭발 사고 이후 두꺼운 콘크리트에 파묻혀 36년째 폐쇄된 상태다. 그런데 그 안에서 다시 핵분열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2016년 우크라이나는 15억 유로(약 2조원)를 들여 원전에 ‘철근 돔’(NSC)을 씌웠다.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당시 소련(현 러시아) 정부는 원전을 콘크리트로 덮어 봉인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콘크리트가 노후화하자 새로운 덮개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NSC를 설치한 이후 ‘305/2’라고 명명된 폐쇄 원자로실에서 중성자 수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자 수가 늘어났다는 건 핵분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콘크리트 덮개는 일부러 빗물이 스며들게 해 핵반응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노렸지만, NSC는 빗물이 완벽히 차단돼 원자로실 내부가 건조해지면서 핵분열이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 반응은 저절로 멈출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성자를 흡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돌리늄’이라고 하는 물질이 대표적인 흡수제다. 소련 정부는 원전을 덮은 콘크리트에 가돌리늄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지만 305/2 원자로실은 완전히 폐쇄돼 있어 구멍을 뚫고 로봇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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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무너진 4호기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야트 교수는 “분열 반응은 기하급수로 가속화할 수도 있다”며 “이는 곧 통제되지 않은 핵에너지 방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우려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제기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DPA통신은 원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모든 원자로실의 센서는 (중성자) 상승 기미 없이 안정된 수준에 있다. 핵분열 연쇄 반응의 위험이 없다”고 전했다.

DPA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2016년 특별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를 담당하는 국영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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