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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재일코리안은 악성 외래 기생 생물” 혐한 블로거에 1,300만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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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이 재일동포 3세… 중학생 시절 당한 모욕에 소송
형사재판선 9만원 벌금…민사서 1,300만원 배상 판결
한국일보

12일 도쿄 고법이 재일동포 모친을 둔 중학생을 대상으로 모욕적 글을 올린 블로거에게 130만엔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이 판결을 보도한 도쿄신문 기사. 도쿄신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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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어머니를 둔 중학생을 겨냥해 모욕적 글을 올린 혐한 블로거에게 일본 법원이 130만엔(약 1,342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형사재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으나 민사소송에서 항소심까지 간 끝에 이례적으로 높은 금액의 배상 판결을 받아 냈다. 변호인단은 “인터넷 상 혐오 표현에 대한 배상 기준 및 판단 기준을 바꿔 놓을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혐오글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소송


13일 도쿄신문과 아사히신문, 버즈피드재팬에 따르면 전날 도쿄고등재판소(고법)는 나카네 네오(中根寧生·18) 씨가 혐한 게시물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 당했다며 오이타(大分)시 거주 남성(68)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블로그의 표현이 “현저하게 차별적이고 모욕적”이라면서 위자료 130만엔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전날 내렸다. 이는 1심 배상 금액(91만원)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문제의 블로거는 2018년 1월 당시 중학생이던 나카네 씨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게시물에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조선인을 의미)라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 “멍청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겉모습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 등 혐오 표현을 썼다.

나카네 씨는 블로거를 모욕죄로 고소했지만 형사 재판에서는 겨우 9,000(약 9만3,000원)엔의 벌금형에 그쳤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2019년 3월 남성에게 300만엔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91만엔의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항소했다. 지난 2월 15일 2심 공판에서 나카네 씨는 “나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이 아니라, 외모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이 아니라, 가족에게 사랑 받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인간”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의미 있는 판결... 차별은 위법이라는 법률 만들어야"


130만엔으로 배상액을 높인 고법 판결은 문제의 표현이 “현저하게 차별적, 모멸적일 뿐만 아니라 독자에 대해서도 차별적·모멸적 언동을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명예감정을 현저히 해치고 개인으로서의 존엄이나 인격을 해치는 것으로, 본건 투고행위는 극히 악질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상에 올려져 중3의 나카네씨에게 준 “정신적 고통은 너무 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지난달 대학에 입학한 나카네 씨는 12일 항소심 판결 후 공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익명의 비겁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발언함으로써 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카네 씨의 소송을 대리한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발판으로 삼아 원칙적으로 차별은 위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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