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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일교포는 악성 외래 기생물" 혐한 블로거에 맞선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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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블로거가 재일 교포 어머니를 둔 중학생을 겨냥해 혐한 게시물을 올리며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굴복하지 않고 게시자를 찾아내 법정 투쟁을 벌여 배상 판결을 쟁취했습니다.

그는 대학생이 된 것을 계기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표하며 '차별 근절'과 일본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13일 도쿄신문, 마이니치신문, 버즈피드 저팬 등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고법)는 나카네 네오(만 18) 씨가 혐한 게시물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오이타시 거주 남성(만 68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130만 엔(약 1천342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전날 내렸습니다.

1심은 위자료 91만 엔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2심에서 배상금이 증액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남성은 2018년 1월 당시 중학생이던 나카네 씨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게시물에 '자이니치(재일 한국·조선인을 의미함)라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 '멍청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너희들 불령 조선인', '겉모습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 등의 표현을 기재해 재일 조선·한국인 등을 멸시·비방했습니다.

나카네 씨가 자신의 뿌리에 관해 언급한 것이 음악 행사를 다룬 기사에 소개됐는데 여기에 도를 넘어선 혐한 표현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가와사키시를 거점으로 혐한 시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재일교포 3세 최강이자 씨이고, 아버지는 일본인입니다.

나카네 씨는 공격에 굴복하지 않고 맞섰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통신업자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해 게시자를 특정해 모욕죄로 고소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가와사키 간이재판소가 모욕죄를 인정했으나 벌과금 9천 엔(약 9만3천 원)의 약식 명령에 그친 것입니다.

나카네 씨는 명예훼손, 모욕, 차별에 의한 인격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2019년 3월 남성을 상대로 300만 엔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성은 '반일적인 재일 한국·조선인에 반론하는 의견을 썼다.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이 없었다'고 변명했으나 1심 법원은 현저한 모욕과 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배상금 91만 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중학교 3학년이라는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이며 정신적 고통이 커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며 배상금 증액을 명령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중학생이라서 익명으로 보도됐던 나카네 씨는 지난달 대학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12일 항소심 판결 후 공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는 "익명의 비겁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발언함으로써 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카네 씨는 "인터넷에서 누가 보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교 생활이 정말 불안했다. 정말 상처받았다"며 "재판에서 차별을 설명하는 것이 가슴을 옥죄는 것처럼 괴로웠다. 재판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구제받는 제도를 요구하고 싶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혐한 게시물을 올린 남성이 반성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항소했으나 "모습을 감추고 진심 어린 반성을 보이는 일은 없었다.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카네 씨의 소송을 대리한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적어도 해석상 차별 자체기 위법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판결을 발판으로 삼아 원칙적으로 차별은 위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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