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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국민의힘 대표 선거만 문전성시, 최고위원은 찬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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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한겨레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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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도 모두 중요한 역할이다. 당 대표 위주로 선출되지 않도록 골고루 출마해주셨으면 좋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다 똑같은 1표다.”


지난 11일 황우여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1차 선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 한 말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후보 마감(22일)까지는 딱 열흘이 남아 있는데요. 12일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는 이를 꼽아보니 10명을 훌쩍 넘습니다. 조경태·주호영(5선), 홍문표(4선), 조해진·윤영석(3선) 의원이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했고, 13일에는 김웅(초선) 의원이, 이번주중에 권영세(4선)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을 들고 출마 선언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초선 중에선 김은혜·윤희숙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고,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당협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도 조만간 출마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심재철·신상진 전 의원 이름도 출마 명단에 오르내립니다. “변화하고 혁신하겠다”며 앞장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당엔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반면 최고위원 도전 뜻을 밝힌 이는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천강정 경기도당 치과의사네트워킹위원장 등 둘 뿐이고, 배현진 의원이 13일 출마 선언을 예고했습니다. 이밖에도 이용·조수진·허은아·황보승희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아직 속 시원히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달부터 초선·중진, 원내·외를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당 대표 선거 도전장을 내밀던 장면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직전인 2019년 2월 전당대회 때는 오히려 최고위원 선거가 뜨거웠습니다. ‘황교안 대표 시절’ 최고위원에는 당시 4선이던 조경태(현재 5선) 의원, 재선 원외 정미경 전 의원, 현역이던 초선 김순례, 3선 김광림 의원이, 청년 최고위원엔 초선인 신보라 의원이 나란히 선출됐고, 최고위원과 청년 최고위원 출마자를 합치면 12명이나 됐습니다. 지역별 경쟁구도가 짜여지면서 티케이(TK) 대 피케이(PK) 후보들이 전면에 나섰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뭐가 달라진 걸까요. 먼저, 당 대표 출마자가 많아지게 된 배경에는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놓고 주목받게 된 ‘김웅 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초선의원들의 세력화, ‘초선 기수론’이 표출되면서 김 의원에 이어 김은혜·윤희숙 의원 등이 출마 채비를 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중진 의원들의 출마 열풍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대의명분이 부각되고 있으나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일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자체장 선거에 앞서 당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사전 선거운동’ 격 출마라는 것이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한 번이라도 더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당원들에게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지요. 이번에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 다수는 내년 지자체장 출마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이번 선거가 비대면 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점도 ‘당 대표’ 도전의 문턱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기존 체육관 등을 빌려서 하던 지역별 합동연설회는 지지자를 대거 동원해 현장 분위기를 장악하는 게 선거 판세를 움직이는 데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대면 선거운동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그런 부담감이 적어졌다는 겁니다. 또한 예전엔 당 대표에 출마하려면 선거 기탁금을 한꺼번에 1억원 내야 했지만, 이번엔 후보 등록 뒤 4천만원, 컷오프(예비경선) 뒤 4천만원 납부로 정해 금전적 부담도 줄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번 당 대표 선거 구도가 선수와 관계없이 인지도 중심으로 꾸려지다 보니 예전 같으면 최고위원에 도전할 법한 초·재선 의원들 입장에서는 최고위원이 되는 게 오히려 ‘급이 낮아진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최대한 인지도를 올리려면 ‘문전성시’ 쪽에 붙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그간 단일지도체제로 당이 운영되면서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에게 힘이 쏠리고 최고위원 발언이 힘을 못 받은 측면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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