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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인사참사 제조기 김외숙 감쌌다"…文 부산·해마루 인맥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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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무현(오른쪽)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일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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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7분 동안 인사와 인사청문회 제도에 관해 발언했다. 7분이란 시간을 할애하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을 직접 설명한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야권에선 “‘인사 참사 제조기’라고 할 수 있는 김외숙 인사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요구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대통령과는 인식의 간극이 컸던 셈이다.

문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은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김외숙 수석을 옹호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동시에 야권에선 이런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199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김외숙 수석을 문 대통령이 쉽게 경질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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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임명된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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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숙 수석의 사례에서 보듯 문 대통령에겐 “‘함께 일한 경험’이나 ‘가치의 공유’를 인사 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문 대통령의 법조계 인맥이 정부 곳곳에 진출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함께 일했던 법무법인 부산, 노 전 대통령이 일했던 법무법인 해마루 출신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인 전 의원 등은 “민주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93년 해마루를 설립했다. 1992년 총선 때 부산 동구에서 재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듬해 해마루에 먼저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 활동했다.



전해철 장관, 김진국 민정수석, 김미경 비서관은 해마루 출신



이 때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해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장관이 됐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각각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보좌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마치고 2007년 7월 해마루에 영입됐던 김진국 변호사는 지난 3월 민정수석이 됐다. 2004년 2월 해마루 소속이 된 김미경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김외숙 인사수석 산하의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공공기관에도 부산·해마루 출신 포진



법무법인 해마루 출신 인사는 정부의 모세혈관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지기룡 변호사는 2018년 5월 임기 3년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비상임감사에 임명됐고 13일 임기가 끝난다. 서진권 변호사도 2018년 7월부터 임기 3년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비상임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윤수 변호사는 2018년 8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임기 3년)가 됐다. 방문진 이사회는 사장 임명 등 MBC 경영에 전반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장완익 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 오재창 테러대책위원회 인권보호관도 해마루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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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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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부산 출신도 공공기관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김병수 변호사는 지난해 9월 한국석유공사 비상임이사(임기 2년)가 됐다. 지난 2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주주총회를 통해 송병곤 상임이사 연임을 확정했다. 2018년 11월 시작된 임기가 내년 2월까지 연장된 것이다.



부산 사무장 출신, 야당 비판에도 지난 2월 연임 성공



송 이사는 임명될 때부터 논란이 컸다. 그가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과 송무실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등장하는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본인은 과거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부림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22명 중 하나일 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상으로 밥을 사 먹었던 국밥집 아들은 아니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부산과 해마루 출신의 공직 분야 진출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부산과 해마루 소속 변호사는 각각 6명과 24명이다. 해마루의 경우 경력 10년 이상의 국내 변호사만 따지면 16명 수준이다. 변호사 숫자로만 보면 중소 규모인 두 법무법인에서 현 정부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셈이다.



변호사 숫자는 중소 규모…野 “탕평인사와 멀다” 비판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자기 사람 심기는 그 뿌리가 깊어 보인다”며 “아는 사람을 쓸 수는 있으나 다양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하는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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