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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물은 없고, 거래는 끊기고"…'양도세' 완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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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잠김→거래 절벽→집값 상승 '악순환'

다주택자 매물 출회 대신 '증여' 우회 선택

"양도세 한시적 유예로 시장 숨통 틔워야"

뉴시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에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 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0.38% 올라 전월(0.51%)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2021.04.05.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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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양도세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더는 없어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이미 증여 등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거래가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며 "주택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거래가 안 되고, 집값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개정된 소득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의 내달 시행을 앞두고,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 '매물 잠김'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과 집값이 하락하면 매수에 나서겠다는 매수 대기자의 눈치 보기가 치열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8·2대책을 통해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40%에서 60%까지 올렸다. 또 2019년 12·16 대책에선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으로 '거주 요건'을 포함했고, 지난해 7·10 대책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상향시켰다.

오는 6월1일부터 기존 최고 65%였던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최고 75%로 늘어난다. 통상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2~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3~4월에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나와야 하지만, 시장에 체감할 수준의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 등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 상승세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만5438건에서 2019년 6만4390건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43%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 다주택자의 증여가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129건) 대비 6.3배나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2018년 6월(832건)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치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매매 대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등 증여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또 늘어난 세금보다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물 잠김 갈수록 심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7527건에서 올해 1월 5776건, 2월 3865건, 3월 3758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거래량은 2198건으로 떨어졌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았지만, 거래량이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상승 폭도 전주(0.08%)보다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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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3% 상승해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0.08%→0.09%)과 5대 광역시(0.22%→0.23%)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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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매물 잠김이 더욱 가속화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지도록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꾸준한 거래 없이 시세보다 낮은 일부 급매물만 가지고 집값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의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첫 회의에서 "부동산에 관한 세제의 큰 원칙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세계적인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을 맞춰나가는 것"이라며 "금융규제 완화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거래를 가로막는 세제 상의 여러 문제를 정교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투기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규제들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양도세 완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 입장에서 양도세 완화가 자칫 투기 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꾸준히 올려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대신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인하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시적으로 양도세 부담을 낮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종부세 인상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보유세를 꾸준히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 단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는 강화하더라도 중장기보유 양도세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완화해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한시적으로 열어주지 않으면 매물 잠김 현상은 심화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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