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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죽비 맞은 文정부…대출·종부세·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까지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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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완화 등 당·정·청 안팎서 거론

전문가 “가계 부채 급등시 부작용 우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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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뼈아프게 부동산 실책을 인정한 후 세제 및 금융 대책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출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기준 상향 등이 당·정·청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를 위해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면서도 가계대출 급증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궐선거 후 부동산 정책 변화 목소리 커져… 문 대통령 “조정 필요”

문 대통령은 특별 연설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 보완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 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존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투기 금지) 정책 기조를 지켜가는 가운데서도 투기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더 큰 부담이 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런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정·청 간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국민이 공감할 정책 보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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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LTV 90%까지 완화”… 송영길, 종부세 논의도 열어둬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여당 내에서도 부동산 노선 수정에 대한 요구가 줄기차게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간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논의를 지속해왔던 터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및 종부세 부담 완화로 풀이된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 역시 후보 시절부터 대출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송 대표는 12일 무주택 실수요자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로까지 완화하는 전당대회 공약을 현실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모두발언 및 질의응답을 통해 “집값 안정과 함께 조화되게 실수요자 대책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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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종부세 기준 완화에 대해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윤후덕·이광재 의원 등을 중심으로 ‘부유세’ 취지에 맞게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위 1% 공시가격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상태다. 앞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송 대표는 이날 “당장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문제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며, 종부세 문제를 비롯한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도 다양하게 논의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청와대도 “다양한 방안 논의 중”… 종부세 기준 상향은 “신중해야”

청와대 또한 부동산 규제 완화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 장기거주 1주택자 등이 주택을 새로 마련하거나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정 간에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조만간 그에 대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무주택자나 청년, 신혼부부이거나 1주택자로서 특정한 특징(장기 보유 등)이 있으신 분에 대해서는 (부담 완화 방안) 모두를 놓고 조합해야 할 것”이라며 “특정한 하나의 항목이 아니더라도 같이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문제에 대해선 “종부세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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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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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실수요자 대상으로 정책 조정 현실화 필요”

부동산 업계는 재보궐 선거로 성난 부동산 민심이 확인됐고 대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정책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투기 증가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 완화 대상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날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실수요자들의 과세 부담에 대한 정책 조정 현실화는 필요해 보인다. 공시가격 및 보유세 증가에 대한 속도 조절과 함께 1주택까지는 건보료를 포함 재산세 등 조세 부담을 덜어줄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나 무주택자의 자가 이전에 대한 40년 장기모기지 상품이나, DSR 등 대출 규제 완화 등 정책 미세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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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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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정이 논의 중인)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인지라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 부채가 급등하게 되면 경기 악화 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거래주택의 가격대별로 대출 규제를 차등 완화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부세에 대해서는 “현행 종부세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지금 시점에 맞는 제도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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