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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송영길의 ‘문재인 패싱’, 당·청 힘겨루기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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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오늘 아침 조선일보 1면 제목은 ‘결국 3인방 밀어붙인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오는 14일, 이번주 금요일까지입니다.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주만 해도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후보자 3명 중 한두명은 낙마시켜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말부터 청와대 기류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닌데 야당에 끌려다녀야 하냐”는 의견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후보자 3명을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지칭했습니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냥 가자’로 정리가 된겁니다.

장관 후보자 세 사람에 대해선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지명 철회 요구가 나왔었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 지원금으로 가족과 외유를 다녀왔습니다. 종합소득세도 후보 지명 후에야 납부했습니다.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 미국 국적 두 딸의 국내 의료비 혜택 등 그야말로 문제투성이입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는 수천만 원대 유럽산 도자기를 외교관 행낭에 몰래 들여와 인터넷에서 판매했습니다. 사실상 범죄행위입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공급받아 수억 원대 차익을 남겼습니다. 그의 아내는 절도 범죄를 저질렀고 아들은 실업급여 부정 수령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여당도 “최소한 임혜숙·박준영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5선의 이상민 의원,”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임명해선 안 된다”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 당 지도부는 이런 여론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도하 각 신문들은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를 앞다퉈 비판합니다. 조선일보는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인사 횡포, ‘힘’이라 착각 말라”고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文, 부적격 장관 임명 또 강행하면 전례 없이 역풍 거셀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도 이번 대통령의 임명 강행 기조에 대해 비판적인 사설을 실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은 “4·7 재·보선 참패 후 여권 스스로 변화·소통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세 후보자 모두 임명을 강행한다면, 독선·불통의 큰 수렁에 파묻혀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면서 “민주당은 민심에서 멀어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책임있게 요구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의 관전 포인트가 두가지라고 봅니다. 첫번째는 이번 사태가 송영길 대표 취임이후 당청간 첫 힘겨루기라는 겁니다. 송영길 대표, 당 대표가 되고서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했습니다. 방명록에 두 전직 대통령의 기여를 평가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전 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쇄신 의지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아닌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명령하고 여당이 따라 가는 식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송 대표는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가 됐습니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일방 인사를 송대표가 과연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요? 송 대표가 브레이크를 걸수 있다면 임기말 당청 관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겁니다. 역관계에 변화가 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심화될 겁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송대표의 ‘당 중심 쇄신’은 시작부터 공허한 얘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송 대표, 말만 앞세웠지 역시 어쩔 수 없구나, 별 거 없구나’ ‘모든게 쇼였구만’ 이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청간 힘겨루기, 그 결론이 어떻게 나올까요?

두번째는 이번 인사 참사를 계기로 인사청문회를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 회견에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젖혀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가 됐다” “이런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이미 답이 충분히 나와 있습니다. 신상 검증은 강화된 기준으로 비공개로 진행하고,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 검증을 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로 누구보다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강조해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 있는 인물마다 도덕성에서 흠 없는 분이 없었다”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야당 대표시절엔 청문회를 통해 정권 공격에 앞장서다 대통령이 되면 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죠. 사실 그 이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이런 패턴이 반복되어 온 겁니다. 말하자면 청문회 내로남불입니다. 그래서 인사청문회의 제도 개선을 하려면 지금처럼 대선 전망이 안갯속에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연 이번 인사청문회 논란이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한번 지켜보시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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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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