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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주유소 5시간 대기"…무섭게 번지는 '美 휘발유 패닉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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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 캐롤라이주 샬럿 지역의 한 주유소 앞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대기중인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출처: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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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 공격을 받아 닷새째 멈춰 선 가운데 휘발유 패닉 바잉 수요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공급 부족에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휘발유 가격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 남부 일대의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렸던 패닉 바잉 수요가 북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이 줄고 패닉 바잉 수요까지 겹치자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동부 일대의 주유소에서는 이미 연료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버지니아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다. 실시간 주요소 정보 안내 회사 가스버디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미 동부시간) 버지니아주 주유소 중 7.6%에서 재고가 바닥난 것으로 추정된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도 각각 7.5%, 5.2%에서 재고가 소진됐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루트1번길에 위치한 시트고 주유소는 평소 차량이 거의 찾지 않는 한적한 곳이지만 이날은 주유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30년 간 일해온 한 직원은 "재고가 바닥나고 있지만, 공급업체로부터 납품 일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걸프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의 많은 주유소에서는 연료를 채우려는 차량들의 행렬이 종일 이어졌고, 5시간 넘게 대기하는 운전자들도 있었다. 조지아주 캔턴의 리버스톤 파크웨이에 있는 한 주유소는 이날 정오께 휘발유 재고가 모두 바닥나기도 했다. 직원은 "하루 평균 1500갤런을 판매해 오던 곳인데, 어제 하루만 5000갤런을 팔았다"고 말했다.


가스버디 분석가 패트릭 드 한은 "버지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및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소매 휘발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수요가 약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5달러로, 지난 2014년 11월 갤런당 2.99달러를 찍은 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해킹 공격으로 멈춰 선 콜로니얼은 송유관 일부를 수동 운영 중이지만 재가동은 주말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여름 성수기 대목을 앞두고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백신 보급 확대로 여름 휴가철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휘발유 품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국 유가정보서비스(OIS)의 톰 클로자 수석 분석가는 지난달 말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미국 내 인기 휴가지를 중심으로 휘발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면서 "이미 지난 봄방학 기간에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주리 북서부 지역에서 산발적 휘발유 부족 현상이 보고됐다"며 이 같이 예견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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