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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테크, 세계가 먼저 알아본 ‘Made In KOREA’ 전동 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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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전동 킥보드 개발 성공

차체·컨트롤러 등 독자 기술로

저가 중국산 제품 비해 성능 월등

해외서 먼저 찾아와 수출 제의

신기술 장착 제품 내년 상용화

주문 급증 생산설비 대거 확충

헤럴드경제

최효석 유테크 대표가 공유 전동 킥보드 모델인 지바이크의 '지쿠터-K'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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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PM)’ 시장이 글로벌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총력전 양상을 띤다.

이런 가운데 국내 벤처기업이 ‘Made In KOREA’ 타이틀을 단 전동 킥보드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전동 킥보드 개발에 성공한 테크벤처 유테크(대표 최효성)가 그 주인공.

통신관련 중계기 하드웨어를 생산하던 유테크(아이카봇)는 2017년 ‘쿠루스’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전동 킥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전무하던 때였다.

시작은 중국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이었지만 이내 독자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산’이 아닌 국산 킥보드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최효성 유테크 대표는 “20년 넘게 바이크를 취미로 즐기며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컸고, 신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전동 킥보드에 흥미를 가졌다”며 “중계기 알루미늄 부품을 용접, 가공했던 업체였던 만큼 전동 킥보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차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고 개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국내에 전동 킥보드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직접 개발해야 했기 때문. 모터, 타이어를 제외한 차체·컨트롤러·제동장치 등 모든 파트를 하나하나 연구해가며 1년여 개발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개발한 전동 킥보드의 국산화율은 85%를 상회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유테크는 2018년 5월 첫 독자 개발·생산 전동 킥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처음 출시한 모델은 마니아층을 겨냥한 고사양의 하이엔드급 킥보드였다. 저가 제품군을 이미 중국산이 점령한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같은 전략은 의도치 않게 훌륭한 마케팅효과로 이어졌다.

유테크 제품을 구입한 국내 마니아들이 이를 직접 타보고 리뷰한 동영상들이 유튜브, SNS를 타고 지구촌으로 퍼졌다. 이후 얼마되지 않아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주문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의 입소문이 확산되며 2019년 프랑스, 캐나다 바이어들이 먼저 방한해 현지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 공식적인 첫 수출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미국·영국·스페인·벨기에·아르헨티나 등 수출국이 7개국으로 늘었다. 공장 출고가격만 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비슷한 사양의 중국 제품에 비해 30~40% 가량 가격이 높았다. 그렇지만 앞선 성능과 품질은 깐깐한 유럽 시장에서도 먹혀들었다.

유테크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효과적인 연비주행과 고속주행을 가능케 하는 전후방 듀얼모터, 제동력을 높인 전자식 ABS 브레이크 등이다. 삼성SDI에 주문 생산한 배터리팩 역시 지금까지 셀이 틀어지거나 전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클레임이 단 한 건도 없다.

최 대표는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까지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기술까지 해외 소비자들에 어필했다. 가격은 높지만 제 값을 한다는 신뢰가 쌓이며 현지에서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테크의 신기술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환 충전이 가능한 탈착식 배터리, 차체에 부착된 스마트락, 사용자의 주행습관에 맞게 브레이크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컨트롤러 등을 개발해 현재 시험단계에 있다. 이 기능들은 보완 과정을 거쳐 내년 신제품에 장착, 상용화될 계획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라이다(Lidar) 센서를 전동 킥보드에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로 개발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며 안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대 100m 전방의 보행자 또는 장애물을 감지해 알람 혹은 주행정보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를 경고한다. 아이카봇은 자사 제품 뿐만 아니라 어떤 킥보드에도 라이다 모듈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유테크는 올해 대대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나선다. 수출 물량에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까지 확대되며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달 중 현재 본사와 공장 설비의 3배에 달하는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또 e-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혁신사업(R&D) 특구인 전남 영광에도 공장을 마련하고 있다. 두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연간 생산량은 현재 6000대에서 2만대로 확대된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 전동 킥보드 차체와 컨트롤러를 만든 것, 수출을 성사시킨 것, 해외 바이어가 제품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 모두가 국내 최초”라며 “한국 PM산업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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