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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자의눈] '외이도염' 논란 갤버즈 프로…실망스러운 삼성의 '소비자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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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왜 우리한테(만) 그래?"

최근 지난 1월 출시된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프로의 구매자들 사이에서 '외이도염에 걸렸다'는 사람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관련 기사가 나간 지 겨우 며칠 사이, 삼성전자 사용자 커뮤니티인 삼성멤버스에는 "귀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앉아 병원을 다녀왔는데, 기사를 보고 갤럭시버즈 프로 때문인 걸 알았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만 수십 명이 나타났다. 약 봉투 및 병원 진료 기록을 인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경쟁사 제품도 장시간 귀에 꽂은 채 사용할 경우 피부 염증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장시간 동안 제품을 귀에 꽂은 채 사용하시는 것을 삼가 달라'는 내용의 답변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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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버즈 프로 외이도염 논란과 관련해 소비자가 삼성전자 서비스에서 받은 답변(삼성멤버스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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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분명 귓구멍 속으로 실리콘 팁을 끼워 넣어 사용하는 모든 인이어(커널형) 이어폰은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외이도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인 애플의 에어팟 프로 역시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고 외이도염에 걸렸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타사를 걸고 넘어지고, 은근히 소비자의 사용행태 탓으로 돌리는 이같은 답변은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Δ기어 아이콘x Δ갤럭시버즈 Δ갤럭시버즈플러스(+) 등 다양한 인이어 이어폰을 출시했었다. 삼성전자의 답변처럼 인이어 이어폰 자체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전작들에서는 이만큼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린다.

특히 '삼성전자 마니아'들이 모인 삼성멤버스에 불편을 호소한 사람 중 다수는 이전부터 삼성전자의 인이어 이어폰을 사용했고, 사용 시간 역시 출퇴근 시간에만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달리 갤럭시버즈 프로에서만 외이도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갤럭시버즈 프로에 구조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쟁사를 언급한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에어팟 프로 역시 외이도염 논란이 있었고 기사로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갤럭시버즈 프로만큼 단기간에 많이 나타나진 않았다.

실제로 '에어팟프로 외이도염'의 구글 검색 결과는 8460개에 불과한 반면 '갤럭시버즈프로 외이도염'의 검색 결과는 4만5400개로 전자의 5배에 달한다.

물론 구글 검색 결과가 실제 사례 발생과 100% 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에어팟프로가 지난 2019년 출시 이후 2년이 지났고, 국내에서도 품귀현상까지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점을 고려할 때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버즈 프로의 외이도염 문제가 이처럼 단기간에 이만큼 이슈가 된 '원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버즈 프로의 외이도염 논란에 대해 답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에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문의하는 사람들에게만 '원론적인 답변'만 제공하는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버즈 프로 외이도염)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오래되지 않아 원인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이 논란을 인지하고, 병원 신세까지 진 소비자들이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조차도 힘든걸까.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백서까지 만들었던 삼성전자가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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