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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신세 팹리스]②연 9% 성장 '황금알', 한국 '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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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칩스 자동차용 반도체 'MCU' 출시하며 국내외 관심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 팹리스가 대안 될 수 있어

하지만 국내 팹리스 경쟁력 약해, 해외 매각도 이어져

"정부, 지금이라도 보다 과감한 팹리스 육성정책 내놔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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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텔레칩스(054450)는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를 개발한 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시제품을 생산했다. MCU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와 GM,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까지 빚어졌다. 같은 이유로 기아는 전기자동차 ‘EV6’ 사전예약을 조기에 종료하기도 했다.

텔레칩스는 이 제품을 국내외 유수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업체들에 공급한 뒤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현재 수급난을 겪는 MCU는 200㎜(8인치) 웨이퍼에 40㎚(나노미터)대 공정에서 생산한다. 이번 제품은 수급난과 무관한 300㎜(12인치) 웨이퍼에 28㎚ 공정에서 생산해 유리하다”며 “연내 자동차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비롯해 최근 불어닥친 반도체 수급난을 해소하는 데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 있어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팹리스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팹리스 20위 안에 韓실리콘웍스 유일해

11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지난해 기준)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였다. 이는 미국(56.8%)과 대만(20.7%), 중국(16.7%) 등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놓인 국가들과 비교할 때 큰 격차를 보인다.

실제로 한국에는 글로벌 팹리스 분야에서 내로라할만한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팹리스 상위 20위 안에 한국 업체는 실리콘웍스(17위)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팹리스 상위 10위 안에 미국 업체는 6곳, 대만·중국 업체가 각각 2곳 포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업체다. 반도체 제조는 파운드리(전공정)와 패키징(후공정) 등 철저히 외주에 맡긴다. 국내에선 실리콘웍스(108320)와 텔레칩스, 제주반도체(080220), 어보브반도체(102120), 넥스트칩, 코아리버 등 200여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와 비교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과 PC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정보기술)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으로 팹리스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은 2016년 827억 5400만달러에서 이듬해 914억 21000만달러, 2018년 973억 59000만달러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1174억 4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반도체 전체 시장 규모는 4694억달러다.

글로벌 팹리스 연평균 9% 성장, 한국은 ‘변방’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 있어 한국 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총매출은 17억 99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퀄컴이라는 단일 회사 실적의 9.3% 수준이다. 이렇듯 영세한 국내 팹리스 생태계로 인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마저도 파운드리 실적 대부분을 퀄컴과 애플 등 해외 팹리스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는 “팹리스가 경쟁력 있는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고 시제품 제작,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2년 정도 걸리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공정(28㎚ 이하)을 사용해야 해서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영세한 팹리스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벗어났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팹리스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팹리스 업체가 독자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해외에 매각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터치용 반도체 업체 멜파스는 지난 2016년 중국 강서연창규곡투자유한공사를 최대주주로 맞았다. 이듬해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업체 와이드칩스는 중국 에스윈, 2019년 전력용 반도체 업체 실리콘마이터스는 홍콩계 펀드 실리콘마이크로테크놀로지에 팔렸다. 최근에는 제조시설을 분사한 뒤 팹리스가 된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사모펀드와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연구원을 지낸 김민수 대림대 교수는 “팹리스는 제품 개발을 위해 많은 R&D 비용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반도체 설계를 위한 인력과 인프라마저 부족해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이런 한계로 해외에 매각되는 팹리스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내 팹리스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배종홍 코아리버 대표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오랜 기간 해외 굴지 업체들이 장악해온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R&D 자금 등에 있어 보다 과감한 지원 정책을 통해 국내 팹리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대표는 “정부 주도로 팹리스를 위한 대규모 펀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국내 팹리스간 M&A(인수·합병)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실리콘웍스 대전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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