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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택배 폭증했는데 이익 반토막…택배사, 미뤘던 숙제 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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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1분기 영업익 -54%

한진택배도 48% 줄어 ‘어닝 쇼크’

인력·물류비·자동화 투자 다 늘어

택배요금 인상 요구 본격화 될 듯

요즘 택배사들은 1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커머스의 폭풍 성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택배가 계속 늘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영업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 택배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데 영업이익을 줄어드는 택배사, 어찌된 일일까.

11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1분기에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4억3620만개의 박스를 배송했다. 그에 따라 매출도 8272억원으로 13.6%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되레 절반 이상(-53.7%) 줄었다. 한진택배나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진택배는 올 1분기 매출이 5522억원으로 전년보다 2.9%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47.6% 줄었다. 1분기 실적을 집계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영업이익 감소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택배사들은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며 "영업이익 2%대 유지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중앙일보

주요 택배업체 올 1분기 실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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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투자에 인건비 부담 커져



택배업체들은 수익성이 악화한 요소로 크게 서너 가지를 꼽는다. 우선 택배 '간선차량' 관련 비용의 증가다. 간선차량이란 택배 터미널과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11t짜리 대형 트럭을 의미한다. 간선차량에서 화물을 넘겨받아 이를 주소지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 배송이 이뤄진다. 지난해 간선차량 이용비(편도 기준)는 22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관련 비용이 28만원 선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간선차량 증차에 부정적이어서 관련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둘째, 물류 기지의 자동화 설비 투자다. CJ대한통운은 주요 물류 거점인 곤지암 메가 허브 등에 시설 투자비로 3900억원을 투입했다. 롯데와 한진의 경우 분류자동화 시설 설치 등에 각각 1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택배 분류 인력을 충원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분류 인력으로 4100여 명을, 한진과 롯데는 각각 100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택배사들은 또 커지는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부담도 안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고속 성장과 택배업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택배업체들은 매년 수천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택배 물량이 늘어난 만큼 택배회사들이 가져가는 이익이 커졌다고 생각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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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택배 배송비 2200원 수수료 구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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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뤘던 투자 한꺼번에 하려니 비용 증가



하지만 택배사의 급작스러운 비용 증가는 그동안 물류시스템이나 분류작업 자동화 등에 투자를 게을리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사들이 그동안 대형 창고만 짓고 내부의 시스템 투자를 미뤄왔다는 것이다. 또 분류작업도 택배기사와 택배사 중 누구의 부담인지 불명확한 상황을 유지하다 한꺼번에 개선하다 보니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택배사들은 증가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탈출구로 요금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 1분기 박스당 평균 택배 단가를 1896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7% 인상했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의 추가 인상 요구가 분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CJ대한통운과 롯데는 지난 3월부터 대량으로 택배를 발송하는 대형 화주를 대상으로 운송비를 박스당 250원~300원씩 인상했다. 한진은 내부적으로 박스당 1800원 이하의 물품은 취급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KTB투자증권 이한준 애널리스트는 "CJ대한통운의 경우 현재 9만개 이상의 화주들과 택배비 인상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택배비 인상 요구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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