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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톡톡!금융]삼성일가 천문학적 대출, 금리는 어떻게 결정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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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은행, 신용대출 여력 가장 많아

주식 담보물 있으나 명목상 담보로 사실상 '신용대출'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보다는 높은 금리 형성

이데일리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2010년 CES2010 참석 모습. 삼성 제공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총 1조7171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후 금리 산정, 대출 금융사 선택 등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출여력 있는 하나·우리은행 선택

삼성일가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대출 은행으로 선택했다. 고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라임미술관 관장과 자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하나은행에서 4771억원, 우리은행에서 1900억원 대출을 받았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은행에서 이처럼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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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전자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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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대출과 최근 시장 유동성 상황, 금융당국의 규제 상황이 같이 고려됐다는 시각이다. 개인의 기호가 아니라 은행의 대출 여력 등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최근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등으로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자, 당국은 최대한 신용대출을 억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은행들은 삼성일가가 원하는대로 수천억원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나마 대출에 여유가 있는 은행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신용대출 순증액은 5조원을 넘겼다. 반면 우리은행은 4조원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순증 규모가 3조원대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옥죄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수천억원대 대출 집행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농민 권익 향상을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특정 개인에게 대출을 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주식 담보대출 성격, 금리는 신용대출 가까워

삼성일가의 은행의 대출 금리는 2.67~2.77%로 형성됐다. 지난 3월 기준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권 가중평균 금리는 기업대출 2.74%, 가계 대출 2.88%, 주택담보대출은 2.73%다. 이같은 금리 수준은 일반 가계 담보 대출과 비교해봤을 때 높거나 낮은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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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 (3월 기준 은행권 가중평균 금리)


삼성일가가 받은 대출은 관점에 따라 ‘신용대출’이거나 ‘담보대출’로 볼 수도 있다. 겉만 봐서는 담보대출에 가깝다. 대출 금액도 이들이 담보로 내놓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주식가치의 55% 가량이다. 가장 많은 대출을 내준 하나은행도 정식 담보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의 주식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완전한 담보물로 인정 받지 못한 ‘견질담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해 약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견질담보는 정식담보와 달리 유동성이 낮은 담보로 분류된다.

삼성일가가 담보로 제시한 주식은 사실상 팔기 어렵다. 대주주 위치에 있는 삼성일가 입장에서 쉽게 매각할 수 없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속세를 내기 위한 목적의 신용대출에 더 가까워 보인다”며 “금리도 신용대출 수준”이라고 평했다.

증권사 5%대 고금리, 향후 갈아타기 가능성

삼성일가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5000억원을 5%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도 삼성일가가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기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속세 납부가 끝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타거나 자산을 처분해 대출을 갚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삼성일가에 대출을 내준 점도 유동성과 신용공여(대출) 한도와 관련이 있다. 증권사는 신용공여 한도 제한을 받는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분류되는 대형 증권사는 자기 자본의 200%, 일반 증권사는 100%까지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이들의 대출 총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근 증권사 호황으로 신용거래도 많았다.

금융가에서는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 등 중상위권 증권사들이 신용한도의 여유가 있어 대출을 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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