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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 차 “지금이 한국계 미국 문학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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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테프 차 작가는 최근 미디어에서 한국계를 조명하는 바람에 대해 “우리도 그들만큼 복잡한 사람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Maria Kanevsk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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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의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였고 이 중 4명은 한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 ‘미나리’까지 한국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고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K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콘텐츠에 대한 열광과 인종차별이 공존하는 오늘날 미국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장편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로 지난해 미 LA타임스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도서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스테프 차(Steph Cha·35)는 “두 가지는 상충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너의 집이...’는 1991년 한인 여성 두순자가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를 자신의 가게에서 사살한 사건과 이후 전개된 로스앤젤레스(LA)폭동을 소재로 한다. 흑인과 한인 커뮤니티 간의 갈등을 매개로 미국 내의 유구한 인종차별과 계급갈등을 다룬다.

책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최근 이메일로 만난 스테프 차는 “미국은 크고 다양한 민족이 사는 국가이며 (아시아계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디어에서 아시아계와 한국계를 조명하는 바람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들만큼 복잡한 사람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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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 차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이후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무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계 미국인 탐정이 활약하는 소설로 데뷔했고 ‘너의 집이...’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스테프 차 역시 “영어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 없는 아시아계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차별과 심지어 증오를 물론 경험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는 LA폭동이 벌어진 지 29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비롯해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두순자 사건과 LA폭동이 환기된다. 이에 대해 작가는 “흑인에 대한 폭력은 미국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변하는 것은 미디어의 관심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는 연대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학관계가 여전히 복잡하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과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그들의 가까운 가족을 소설의 중심 인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소수집단 사람들이 수치심이나 분노, 죄책감을 경험하는 방식과 가족이 그 경험을 더 심화시키는 과정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타샤 할린스 살인사건은 LA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고 그에 대해 존중하며 쓰고 싶었기” 때문에 소설 속 설정을 실제 사건과 비교해 가능한 적게 바꿨다고 말했다.

스테프 차는 “우리가 모두 미국 역사의 일부이며 이 나라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져야 하는 책임을 살펴야 한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이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란 사실 현실의 삶인데 두 개가 별개라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스테프 차를 비롯해 최근 미국에서는 ‘파친코’의 이민진, ‘H마트에서 울다’의 미셸 자우너, 뉴베리상을 수상한 태 켈러 등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 같은 바람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스테프 차는 “지금이 한국계 미국 문학의 전성기”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아기가 태어나 새 책을 시작하지 못했다”며 “새 책 역시 LA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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