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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패닉바잉’ 30대 유인책? 로또분양 늘린 정부 ‘2가지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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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입자의 40%는 30대

분양시장 유도 위해 특별공급 확대

비율 늘리고 소득기준 대폭 완화

분양가 제한과 대출 규제가 함정

중앙일보

정부가 30대 패닉바잉을 진정시키기 위해 분양시장 문턱을 낮췄다. 7월부터 시작하는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물량 대부분을 30대 몫으로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사전청약 지역의 하나인 위례신도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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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가 분양시장으로 옮겨가면 집값 열기가 가라앉을까. 정부가 ‘로또 분양’ 문턱을 낮추고 문을 넓혀 30대에 손짓하고 있다.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적극 주택 매입에 나선 30대 ‘패닉 바잉’(공포구매)이 지난해 이후 주된 주택시장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서울에서 지난해 눈에 두드러진 현상이 30대 매입자 급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입자 3명 중 1명이 30대였다. 지난해 말 40%까지 육박했다. 전통적으로 집을 가장 많이 사던 40대(27.5%)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2019년만 해도 30,40대가 각각 28%대로 비슷했다.

30대 비중은 올해 들어서도 1~3월 37%를 나타내며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집값이 워낙 비싸 40대 아성이던 강남도 30대가 위협하고 있다. 올해 1~3월 30대 비율이 30%로 40대(33.7%)를 뒤쫓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파구에선 30대가 40대와 똑같이(31.2%) 집계됐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자본 축적 기간이 짧은 30대가 코로나 이후 급증한 유동성을 최대한 활용해 자금을 확보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30대가 서울 전역에서 가장 큰 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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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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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세제·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를 억누르는 데 매달렸다가 30대 패닉바잉에 당혹한 정부는 ‘로또 분양’ 당근을 들고 나왔다. 매매 수요를 분양 수요로 돌리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20~30% 저렴하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새 아파트 시세의 절반 이하다. 전용 84㎡ 분양가가 4억원대이고, 새 아파트 거래가격이 12억~13억원 선이다.

정부는 30대에 불리한 일반공급 대신 ‘우회로’인 특별공급 기회를 늘렸다. 일반공급은 무주택기간이 중요해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정부는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특별공급 소득 기준을 지난해 이후 2차례에 걸쳐 대폭 완화했다. 2018년 신혼부부 물량을 2배(민영 20%, 공공 30%)로 늘렸지만 소득 제한으로 효과가 떨어졌다. 지난 2월 이후부터는 연소득 1억원이 넘는 맞벌이 부부도 신청할 수 있다.

공공분양에만 있던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민영주택에도 도입했다. 생애최초는 혼인기간이 7년이 넘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당첨 가능성이 낮은 30대가 두드려볼 수 있다. 혼인기간과 자녀 수 상관 없이 추첨으로 뽑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미성년 자녀를 우대한다.

여기다 올해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선다. 정부는 민간분양을 포함해 민간・공공・사전청약을 합한 총 분양 물량을 약 50만가구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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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특별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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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가장 많았던 분양이 2015년 52만5000가구였고 2011~2020년 연평균 물량이 35만가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어도 예년에 비해 상당한 물량이다.

특히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에 30대 물량이 많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부터 연말까지 4차례에 걸쳐 인천 계양 등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주요 택지지구에서 3만2000가구가 사전청약한다. 1만40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이다. 나머지 1만8000가구 중 신혼부부(30%)·생애최초(25%) 특별공급이 1만가구 정도다. 사전청약 4가구 중 3가구가 30대 몫인 셈이다.

그런데 30대가 좋아하기엔 이르다. 30대를 위한 분양시장이 과장광고에 그칠 수 있다. 가격 제한과 대출 규제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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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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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급은 분양가 9억원 이하만 대상이다. 특별공급 불법 청약 등이 잇따르자 정부는 2018년 5월 서울·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특별공급 비율을 확대하더라도 분양가 제한으로 물량이 사실상 줄어든다. 서울에서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전용 85㎡ 이하 중 분양가 9억원이 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 민영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2824만원이다. 전용 84㎡가 9억원을 넘는다. 2018년 5월엔 분양가가 3.3㎡당 평균 2287만원이었다. 그새 24% 올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9억원 이하 분양가에 집을 맞추면, 30대는 자녀가 늘어 가구원이 많아져도 좁은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냐”고 말했다.

9억원 이하를 분양받더라도 입주할 때 대출이 걸린다. 입주 무렵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이 금지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분양한 전용 84㎡ 주택 분양가가 8억원대였다. 현재 주변 새 아파트 시세는 벌써 15억원 정도다. 동탄2신도시 84㎡도 4년 뒤 입주 무렵엔 시세가 15억원을 넘길 수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회를 넓혀주고 가격·대출 제한을 유지하면 30대를 위한 분양 규제 완화 효과가 '반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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