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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세균 “모병제 진지하게 검토할 때… 시대 변화 적응 노력 필요”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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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

시종일관 경험·확신 돋보여

먼저 출발이 먼저 골인 아냐

바이든·윤여정 사례 거론

공직 거치며 쌓은 능력 발휘

위기 극복해낼 적임자 확신

종부세 등 합리화 필요 공감

부동산 공급은 투트랙 가야

지금의 정치는 너무나 야박

대화 통해 공감대 만들어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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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모병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됐다”며 “모병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 징병제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엔 군대가 군인이 몇 명이냐가 중요했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과학군, 군인 개개인의 역량 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여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고 2030대책으로 모병제를 검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답게, 정 전 총리에겐 여유가 느껴졌다. 대기업 간부,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거치며 쌓은 경험과 확신이 답변에 녹아들었다. 현재 한 자릿수 지지율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배우 윤여정을 보라”며 막판 대역전극을 예고했다. 각종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좋은 검사라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정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직접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안다.

“원래 대통령 뵙고 나눈 얘기는 안 하는 게 정치 도의다.(웃음) 대통령께선 경청하시고 격려해주셨다.”

세계일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당내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논란에 대해 “그런 게 없으면 민주정당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패션처럼 그때그때 지나가는 것이니, 국회의원들이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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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출마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라에 큰 과제가 많다. 지난해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물결도 거세다. 페스트·스페인 독감에 이은 인류 역사상 세 번째 팬데믹인 코로나19 위기도 있다. 그런데 전 위기 상황에서 혜택을 많이 봤다. 김대중 대통령이 저를 정치에 입문시켜 국회에 갔고, 노무현 대통령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기용했다. 그 과정에서 위기를 반전시킬 역량을 키웠다. 지도자들이 준 기회로 쌓은 능력을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극복하는 데 쓰는 것이 도리다. 내가 (위기 극복의) 적임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준비된 일꾼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 실물경제를 안다. 해외에서도 오래 근무해 국제화가 돼 있고, 정부나 국회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 준비된 일꾼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저는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내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한 생각이 있는가.

“룰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민주당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이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 어떤 전략 가지고 정권 재창출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당 지도부 의견수렴 있다면 그땐 참여할 수 있겠지만, 선수가 앞에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경선연기론에 강하게 반대했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안규백, 이원욱 의원 등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저와 의논해서 말한 건 아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니까,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적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그 공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공감이 만들어졌으니까 이렇게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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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해법이 있는가.

“한마디로 ‘선(先) 가격안정, 후(後) 합리화’가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전에는 어떠한 조치도 유보하는 게 좋겠다. 현재 과도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도 대폭 확대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다만 수요와 관련해 세제, 금융 등의 수요억제책이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니, 때가 되면 합리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 가격안정이 우선이다.”

―당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도 합리화 대상인가.

“그렇다. 다만 합리화와 완화는 다르다. 당초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닌 투기억제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유세 성격을 띠고, 중산층까지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세제는 그대로인데, 공시지가 상승으로 부담이 늘었으니 합리화가 필요하다.”

―공급 대책은 현 정부 정책으로 충분한가.

“공급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중산층이 자가 주택을 합리적 가격에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1가구 1주택자, 무주택자를 보호해야 한다. 다른 트랙은 자가를 보유하고 싶지만 역량이 부족한 주거빈곤층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저렴한 가격에 오랜 기간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

―당내에서 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유예론’이 제기되고 있다.

“조세 형평성을 버릴 필요는 없다. 가상화폐를 예외로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다만 가상화폐 투자자가 매우 많으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이미 많은 국민이 투자하고 있다면 뜻하지 않은 피해가 없도록 법을 잘 정비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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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때부터 국가가 20년짜리 적금 통장을 만들어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미래씨앗통장’ 공약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있다.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돈을 얼마씩 나눠주겠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부터 출생하면 20년간 적립하므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건 20년 뒤부터다. 상속증여세를 재원으로 일종의 ‘사회적 상속’을 하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들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2세 양육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두려움도 줄어들지 않겠느냐.”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신경 쓰인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자 윤여정이 어떻게 성공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출발한다고 골인도 먼저 하는 것은 아니다. 두고 볼 일이다. 너무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방자치 경험도 있고 총리로서 국정 잘 운영한 경륜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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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어떤가.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의 일부라고 본다. 지방자치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국민적 평가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선 “강적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좋은 검사’ 중 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좋은 검사라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사회통합, 공동체 회복도 시급하다. 외교·안보도 얼마나 중요한가.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런 준비가 잘 됐을까 싶다.”

―최근 발간한 저서 ‘수상록’에서 초갈등사회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대화다. 제가 목요대화를 시작한 이유도, 의견이 다르더라도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만들고 결론을 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치는 너무 야박하고, 도그마(독단적인 신념)에 빠져 있다. 만나고 대화를 하지 않으니 진영논리에 갇히게 된다.”

―수상록에서 낙수효과보단 ‘분수경제’를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분수경제론은 정세균표 경제 구상이다. 분수경제론의 다양한 정책 중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분배 개선 내용이 소주성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소주성은 분수경제의 일부다. 문재인정부는 양 수레바퀴나 마찬가지인 소주성과 경제혁신을 내세웠다. 그러나 소주성만 강조되고 경제혁신은 제대로 국민께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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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에서 “소프트한 외모나 성품 탓에 존재감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미스터 스마일’ 별명을 바꾸고 싶은가.

“아마 미스터 스마일은 주로 제 태도를 보고 지은 별명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 여정을 돌아보면 딱히 일치하진 않는다. 언론악법 투쟁, 사립학교법 강행처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도 등 화를 낼 땐 확실하게 낸다. 하지만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전 미스터 스마일이란 닉네임이 좋다.”

대담=이우승 정치부장, 정리=이동수 기자 ds@segye.com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쌍용그룹 상무이사 ●6선 국회의원(15∼20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2005년) ●산업자원부 장관(2006년) ●민주당 대표(2008년) ●국회의장(20대 전반기) ●46대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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