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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여당 내서도 ‘임·박·노’ 공개 반대… 당·청 관계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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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취임 초부터 난관

재선의원들, 宋과 비공개 간담회

조응천 “靑 요청 따라가면 안 돼”

친문선 “결정적 결격 사유 없어”

야당에 대승적 협력 촉구 나서

송영길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

개혁 등 속도조절 에둘러 주문

김부겸 등 거취 결론 못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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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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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임, 박 후보자에 대한 공개 반대가 분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취임 초기 큰 숙제를 받아들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 태세와는 대조적으로 여당 내 기류가 복잡해지면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깊어지는 당 지도부 고심…“지도부가 결단 내려라” 목소리 커져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청문보고서 단독채택 시 불거질 정치적 부담이 우려스럽고, 청와대에 후보자 낙마를 건의하기에는 임기 말 당청 갈등이 새롭게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원팀 기조가 흔들릴 경우 대년 대선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과 관련,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광화문포럼에 참석해 “어제가 문 대통령 취임 4주년이었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쇄신의 시험대가 된 임·박·노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고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자 3인방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열되고 있다. 비주류인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소한 임혜숙 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의총 후에도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들에 대한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은 송 대표에게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당 지도부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송 대표와 재선 의원들의 비공개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에 ‘민주’가 없었다”며 “상임위 간사를 해 보니 주요 정책이 상임위 위주가 아니라 위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1년이라도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간다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계인 김병욱 의원은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은 아쉬웠다”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어기구 의원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장관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찬성하는 분들도 있고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며 “의원들 간에 의견이 다 다르지 않나. 합의돼서 이렇게 가야 한다고 결론지은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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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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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결정적인 결격 사유 없어”

당내에서는 여전히 장관 후보자 3인 모두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없다는 목소리가 주류다. 친문(친문재인)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알고 있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 버릴 만한 결정적인 어떤 하자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출신 신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야당은 후보자들을 정략의 잣대로 낙인찍어 발목 잡는다”며 “도덕성 검증으로 포장된 인신공격이 타당한 검증 방식인지 묻는 이는 없다”고 비판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영배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결코 정쟁이나 발목잡기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야당의 대승적 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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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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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도부는 최대한 야당을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이 대야 협상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대해 “선거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의견으로 개인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경청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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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재선 의원들, 지도부 결단 촉구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대표(뒷모습)와 간담회에서 송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일부 재선의원은 송 대표에게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당 지도부가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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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재선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개혁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에둘러 주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 의원들이 내는 법안 하나하나가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내기만 하면 뉴스가 된다. 집권당이기 때문”이라며 “법안도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숙성도를 높여서 세밀하게 챙겨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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