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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북클럽] ‘삐삐’의 어머니와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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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록의 계절, 숲속을 걷는 여성. ‘두발의 고독’을 쓴 에켈룬은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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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계절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때론 황사와 비바람이 찾아들지만 5월은 대체로 걷기 좋은 계절이죠. 마침 ‘걷기’를 주제로 한 책이 세 권이나 한꺼번에 나왔길래 묶어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오가와 요코의 첫 산문집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티라미수 더북), 노르웨이 저널리스트 토르비에른 에켈룬의 ‘두 발의 고독’(싱긋), 도대체 작가의 그림 에세이 ‘그럴수록 산책’(위즈덤하우스)입니다.

산책文學 돌풍… 그냥 걷자,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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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티라미수 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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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의 고독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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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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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중일관계의 해법을 1500년간의 역사에서 찾자는 책도 나왔죠. 2020년 90세로 타계한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019년 출간한 ‘중국과 일본’(까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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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견당사부터 1978년 일본을 찾아가 신문물을 배우려던 덩샤오핑의 노력까지가 현재 관계의 해법이 될 거라고 하네요.

다나카 찾아간 덩샤오핑 “물 마실 땐 우물 판 사람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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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폭력에 반대합니다'. /위고


“우리의 부엌 선반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둔다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수단으로 말입니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수상 자리에서 이런 연설을 합니다. 당시 스웨덴 사회에서는 아동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린드그렌은 ‘더 단단한 고삐’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한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말썽을 부린 아들에게 엄마는 직접 회초리를 구해오라고 합니다. 한참 후 돌아온 아이는 울며 말합니다. “회초리는 못 찾았어요. 그치만 엄마가 내게 던질 수 있는 돌멩이를 구해 왔어요.” 엄마는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하고 싶어 해. 그렇다면 돌멩이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는 아이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죠. 엄마는 그 돌멩이를 부엌 선반에 놓아두었답니다. 체벌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다짐을 일깨우기 위해서요.

아동폭력 근절 메시지의 기념비로 꼽히는 린드그렌의 연설문 ‘폭력에 반대합니다’(위고)에 담긴 일화입니다. 린드그렌은 18세에 미혼모가 되었죠. 유부남이던 아이 아버지가 이혼소송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당시 스칸디나비아에서 유일하게 아이 아버지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출산이 가능한 코펜하겐의 국립병원에서 몰래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고 수년간 코펜하겐의 위탁모에게 맡겨둔 일에 평생 죄책감을 느낍니다. 부모 노릇에 대한 고민과 회한이 ‘삐삐’ 등 여러 명작을 낳는 힘이 됩니다. 린드그렌의 연설 이후 40여년이 흘렀지만 국내 아동학대 치사 건수는 최근 5년새 일곱 배 늘었다는군요. 어버이날이 며칠 전이었죠. 많은 부모들이 ‘나는 어떤 어버이인가’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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