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강속구 투수 수두룩, 키움 홍원기 감독 "전광판 보지마"[SS 시선집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이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피드가 전부가 아닌데….”

키움은 다른 9개팀에 비해 강속구 투수가 많다. 시속 150㎞ 이상 측정되는 빠른 공을 쉽게 던지는 안우진(21) 장재영(19) 조상우(27)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강속구 투수는 그렇지 못한 투수에 비해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하다. 빠른 공이 있으니 컷패스트볼이나 고속 슬라이더 등 빠른 변화구에 체인지업, 커브 등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구종 하나만 있으면 이닝을 ‘순삭’할 수 있다.

그런데 마무리 조상우를 제외하고는 강속구 투수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린 투수들이기도 하지만, 제구 난조로 경기력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올해 다섯 차례 선발로 나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58에 머물고 있다. 고졸(덕수고) 신인 장재영은 기약없는 퓨처스리그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를 앞두고 “안우진과 장재영 모두 마운드 위에서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투구는 스피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키움 투수 장재영이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8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장재영은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홍 감독은 “(장)재영이는 고교 시절 선발로 많이 던진 게 아니기 때문에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투구 템포가 너무 빨라 자기만의 투구 호흡부터 찾아야 한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어느정도 안정감을 가질 때까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50㎞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는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안우진이 그랬던 것처럼 장재영도 단계를 밟아 1군 투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홍 감독은 “어린 투수들은 스피드에 너무 집착한다. 투구는 구속이 전부가 아닌데도 빠른 공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단 키움뿐만 아니라 각 팀 젊은 투수들은 공이 손에서 강하게 채졌다 싶으면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본다. 145㎞ 이상 측정됐는지, 150㎞는 나왔는지를 보느라 자신의 투구에 타자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등은 뒷전으로 미뤄둔다는 인상까지 풍긴다. 그는 “강속구는 물론 매력있다. 투수에게 매우 좋은 무기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스피드보다는 제구, 속도보다는 회전이 더 중요하다. 자기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강속구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서울

키움 조상우가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과 KT의 경기 9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2000년대 후반 이른바 지키는 야구 시즌2를 설계하던 선동열 전삼성 감독의 독특한 투수 육성법이 떠올랐다. 당시 선 감독은 투수가 제구나 무브먼트보다 구속에 집착하는 모습을 본 뒤 전광판에 표시되는 구속을 없애는 파격을 단행했다. 구위와 제구, 타자들의 반응 등을 직접 확인하고 경기운영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이 과정을 거친 삼성은 류중일 감독 시대인 2010년대 들어 4연속시즌 통합우승, 6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등 왕조로 우뚝 서는 동력을 얻었다.

젊은 강속구 투수를 바라보는 홍 감독의 시선이 선 전감독을 묘하게 닮아있다. 키움은 어떤 방식으로 투수를 육성할지에 눈길이 간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