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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혐 논란' 해명한 GS25 디자이너 "남편·아들 있는 워킹맘…어떤 사상도 지지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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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남혐 논란'에 이벤트 포스터 삭제

포스터 디자이너 "홍보 위해 만든 이미지, 메갈·페미 상징으로 찍혀 답답"

아시아경제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GS25 캠핑 행사 포스터. 논란이 커지자 GS25 측은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다. 사진제공=GS25.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편의점 GS25 측이 내놓은 캠핑 이벤트 포스터가 '남성 혐오'(남혐)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포스터 디자이너는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나는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평범한 워킹맘으로 남성 혐오와는 거리가 멀고 어떤 사상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GS25 디자이너입니다'라는 제목이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GS25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A씨는 "이번 일로 불편을 겪은 고객분들, 피해를 본 많은 경영주(가맹점주)분들, 현장에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OFC(영업관리)들과 비슷한 직군으로 인해 오해받아 피해를 본 디자이너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재 상황이 너무나 커지고 있고, 이미 커졌으며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아 이번 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진심에서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A씨는 "더 일찍 제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으나 회사에서는 이런저런 내부사정과 개인신상 보호를 이유로 저를 드러내지 말라고 하셨다"라며 "저 혼자의 독단적인 행동이 더 큰 피해를 가져올까 봐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조직문화와 경영진단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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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이번 논란은 지난 1일 GS25 측이 제작한 캠핑용품 관련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서 시작됐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 등에서는 포스터 속 손 모양이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메갈)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포스터에 적힌 영어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조합하면 '메갈'(megal)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며 '남혐'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일일이 해명했다. 우선 '메갈'을 상징하는 손 모양과 소시지에 대해 "캠핑이벤트는 육류가공품을 구매하면 캠핑용품을 주는 이벤트"라며 "육류가공품이 중심이다 보니 디자인을 할 때, 소시지를 당연히 생각했다. 작년 11월 사용한 소시지 일러스트가 있어 그때 쓴 소시지를 가져와 동일하게 타이틀 위에 소시지를 얹히는 방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손의 이미지가 메갈이나 페미를 뜻하는 손의 표식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또 문제가 된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문구와 관련해 "행사 담당자가 준 문구"라며 "페이지가 어색하지 않도록 오른쪽 줄 맞춤을 하다 보니 해당 논란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건전한 사상을 가진 회사의 임직원들이 홍보를 위해 만든 이미지가 메갈이나 페미의 상징으로 찍히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해당 문제에 대해 회사 측에서 작업 컴퓨터를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경위는 이번 일로 인해 더이상 피해 보는 분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며 "또 회사에서 보여주는 사과의 글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회사에서는 개인정보나 신상 보호라는 명분으로 자꾸 저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했지만, 저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다른 디자인팀 다른 디자이너분들 소식을 듣게 됐고, 더이상 이 일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됐다"며 "디자이너 신상캐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해당 포스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GS25 측은 결국 포스터를 삭제했다. 조윤성 GS리테일 대표는 지난 4일 가맹점주 게시판에 "디자인 요소에 사회적 이슈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논란 발생 후, 심도 있는 검토와 즉각적인 대응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처와 불편을 드린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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