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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두차례 선거 압승에 취해 오만… "文, 시장 나가 민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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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들, 국정 4년 평가

曺·尹사태, 文 리더십 부재 불거져

정치 편가르고 공정엔 ‘내로남불’

文, 10일 연설서 ‘조국’ 언급 주목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 양극화 심화

“시장 원칙에 입각해 문제 풀어나가야”

文 임기 초반 한반도 긴장 완화 ‘성과’

“美 전략에 맞춰 대북정책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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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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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정국을 진단하는 정세 인식, 이런 것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것이 결국 ‘조국 사태’였다는 점에 동의한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문재인정부를 관통하는 결정적 사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9일 정치 전문가 5인은 모두 ‘조국 사태’를 꼽았다. 2019년 한국사회를 둘로 나눴고, 현재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서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이어질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도 ‘조국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과 임명, 사퇴까지 3개월 동안의 정국 상황을 의미한다. 넓게는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 국면을 포함해 윤 전 총장이 차기 대권 유력후보로 존재감을 키우게 되는 일련의 정국 흐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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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국 법무부 장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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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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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일련의 갈등과 분열 과정이 결국 문재인정부의 성격을 규정지었다고 진단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검찰개혁 이슈가 생겨났을 때 정권이 갈라치기를 하지 않거나 진영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치유가 가능했다”며 “윤 전 총장을 몰아붙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밀어붙이면서 민심과 유리된 것이 (현 정부 평가에 대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 당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언급해 민심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가 결국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이 부재한, 그로 인해 4년 내내 분열과 갈등이 격화된 국가 상황을 방치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문 대통령은 ‘추·윤 갈등’이 1년 넘게 계속되는데도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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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촛불시위와 그 이후 있었던 2차례 전국 단위 선거(2018 지방선거·2020년 총선)에서의 압승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방선거와 총선 승인은 야권 행태에 대한 심판이었는데 ‘정권 힘 몰아주기’로 오판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생각이 결과적으로 반발을 불렀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1년 동안 문 대통령은 협치와 소통을 위한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론 통합과 민생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고언이 주를 이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야당 정치인이나 정계·종교계 원로들, 시민단체 지도자들과 만나 적극 소통해야 한다. 시장 같은 곳을 나가 민심을 가감없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은 모든 대통령이 겪었다. 문 대통령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내가 마지막까지 주도하겠다는 생각보다, 마음을 비우고 민생에 전념하면 무난한 마무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현 정부의 모든 것이 ‘주택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며 “다른 새로운 정책을 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지난 4년의 국정운영을 돌아보고 남은 1년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출입 기자단으로부터 40여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사전 각본 없이 이뤄지는 질의응답에서는 여론 관심도가 높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이 부적격 판단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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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폭발… 사라진 소주성

문재인정부는 취임 이후 4년간 20번이 넘는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4·7 재보선의 여권 참패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KB국민은행의 월간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1123만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집권 직후인 2017년 5월 6억708만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82%로, 거의 2배에 가깝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지수로는 2017년 5월과 비교해 19.75% 올랐고, 수도권으로만 한정하면 32.44% 상승했다. 전임 박근혜정부 때 취임 후 4년간 전국 9.82%, 서울 10.06%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급등세가 더욱 눈에 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권의 최대 위기로 이어졌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가 논란을 부추겼고,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던 민심이 일제히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기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집권 4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첫해, 이듬해 2018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전년도 6470원보다 무려 16.4%나 끌어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구 소득이 늘면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018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9만7000명으로 전년도 취업자 수 증가폭 31만600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급감하며 소득분배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결국 올해 최저임금은 1.5% 인상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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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진선미 특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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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과 부동산 분야 모두 의도나 방향은 맞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시장 상황과 괴리된 정책을 펼친 셈이 됐다”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장의 원칙에 입각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치중… 美·中 줄타기 전략 한계

지난 4년간 문재인정부의 주력 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요약된다. 남북·북미 관계를 선순환시켜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앞당긴다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움직였다. 하지만 초반의 성과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선 상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연이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일궈내고 대화의 모멘텀을 만든 것은 역사적인 성과”라면서도 “미국 주도 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개인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던 것이 한계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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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군사적 행보로 긴장국면을 고조시켜 갔던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 4월 판문점 선언과 이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남북, 북·미 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진전을 거듭했다. 그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남북 군사합의까지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일부 보수계층의 반발에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 문재인정부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호적 반응이 쏟아졌다.

이랬던 남북간 밀월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는 이전처럼 냉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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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7일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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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대한 거시적 전략 수립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심화하는 미·중 경쟁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 한·일 관계와 한·미·일 동맹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 임기 초반과 현재 한반도의 외교·안보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미국 행정부의 교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 ‘보텀업’(bottom-up) 방식의 북·미 협상을 선호하고, 동맹 중시 전략을 펴고 있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이에 맞춘 생존 전략과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도형·박세준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홍주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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