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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시세따라 마음도 출렁…코인 투자로 정신과 찾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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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패턴 망가져 우울·무력감…전문가 "적절한 치료받아야"

연합뉴스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조다운 기자 = "어질어질하고 삶의 의욕이 사라집니다", "코인이 폭락한 뒤 속이 쓰려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네요", "종일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안정제를 처방받았어요"

최근 '잡코인' 또는 '알트코인'이라 불리는 저가·고위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요동치는 시세에 생활 패턴이 망가져 우울감을 느끼는 젊은층들이 늘고 있다.

특히 소득이 적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저가 코인의 가격 등락을 감당하지 못해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올해 초부터 용돈을 모아 도지코인·메타디움 등 알트코인을 매수했다는 대학생 송모(23)씨는 9일 "불면증에 불안 증세까지 겹쳐 정신과 상담을 예약했다"며 "시세 그래프만 들여다보면서 10원 단위에 울다 웃다 하는 날들의 연속"이라고 했다.

송씨는 "정기적 소득이 없다 보니 손실금 만회에 집착하게 되고 건강까지 상하는 것 같다"며 "코인 투자를 하는 친구들도 비슷한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고 했다.

대출까지 끌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이들은 손절매조차 쉽지 않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28)씨는 "생활비라도 벌어 볼까 해서 돈을 빌려 알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가 원금도 잃고 시험 준비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며 "유명 기업가의 트윗 하나에 시세가 출렁이는 걸 보며 무력감이 들지만 그만두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상담·의료기관에도 코인 투자에 따른 중독 증상이나 우울증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관련 상담은 1천36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59건)의 2배로 뛰었다.

강동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인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폭락에 따른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었다"며 "'우울한 기분이 동반된 적응장애'로 진단하고 항우울제·항불안제 같은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코인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 특성이 도박과 별 차이가 없어 빠르게 중독 증상을 알아차리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코인 대박'처럼 예상치 못하게 큰 보상을 경험하면 중독과 관련된 뇌의 회로가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런 보상을 재경험하려는 갈망이 스트레스와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가치가 너무 크게 훼손된다면 본인 상태를 되돌아보고 빨리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화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인 열풍의 가장 큰 문제는 정신건강은 물론 생활 습관까지 망친다는 것"이라며 "자기 일을 충실히 하며 얻는 보람을 잃게 되니 장기적으로는 정말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부작용은 상담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투기가 아닌 투자 관점에서 건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게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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