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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그 의원에 그 보좌관…"문자폭탄 이용말라" 의원 때린 그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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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Why]

국회의 스타가 국회의원이라면 보좌관은 그림자다. 보좌관이 언론에 직접 나서서 발언하지 않는 것, 특히 정쟁에 끼어들지 않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다. 그런데 한 보좌관이 더불어민주당의 뜨거운 감자인 문파의 문자 폭탄 문제를 공개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의원의 조현욱 수석보좌관이다. 그래서 "그 의원에 그 보좌관"이란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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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현욱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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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보좌관은 지난 4일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전화기가 꺼질 정도로 문자 폭탄을 받으면 일부 의원은 공포에 질려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된다”며 “문자 폭탄으로 당내 소통이나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 조응천 의원실에 찾아가 조 보좌관을 만났다.

-라디오 출연 뒤 문자 폭탄 받았나

“의원실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 이제 익숙하다.”

-문파의 문자 폭탄이 왜 문제인가

“문자 폭탄, 항의 전화, 팩스 등 얼마든지 해도 좋다. 문제는 소수 목소리가 과잉 대표 돼선 안 된다는 거다. 강성 당원에 묻히는 평범한 다수를 신경 써야 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강성 당원에게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다. 거기에 편승하는 일부 의원들이 문제다. 문자 폭탄이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원들이 그만 이용해 먹어야 한다.”

조 보좌관의 출발은 '친노(親盧)'였다. 2002년 유시민 작가가 주도했던 개혁국민정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2010년 국민참여당 창당에 함께 했다. 유 작가가 친북 성향 인사가 다수인 통합진보당에 합류할 때 그와 길을 달리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이후 조 보좌관이 손잡은 의원들은 모두 비주류였다. 이학영 의원실에 합류했다가 안철수 당시 무소속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을 거쳐 조응천 의원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민주당 시절 금 전 의원과 지금 조 의원은 문파의 문자 폭탄의 최대 피해자다. 금 전 의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조 전 법무부장관의 ‘내로남불’을 비판했다가 “탈당하라”는 수 만개의 문자를 받았다. 욕설과 협박이 섞인 문자도 많았다. 그 시절부터 단골 피해자인 조 의원은 최근에도 “문자 폭탄을 용인하는 게 당을 망친다”고 말했다가 “너도 금태섭처럼 나가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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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 20618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조 보좌관은 공개 발언의 이유를 “비주류 의원은 항상 함께하는 목소리가 부족하다”며 “어쩔 수 없이 보좌관이라도 나서서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 정치적 발언을 할 때도 원칙이 있다”며 “내가 더 빛나려고 의원보다 앞서나가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조 의원과 일하게 된 것에 대해 “그동안 내가 추구해온 방향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힘이 있는 곳에 힘을 보태는 것보다,견제하는 쪽이 더 좋다”고 말했다.

2004년 국회에 들어온 조 보좌관은 이제 보좌진 사이에서도 고참에 속한다. 2019년엔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으로 활동했다. 보좌진협의회는 보좌진의 노동조합 같은 역할을 한다. 민보협 회장 선거 당시 “열불날 때 대신 인상 쓰러 가 준다”는 구호와 인상을 팍 쓴 얼굴이 가득 찬 포스터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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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민보협 회장 선거 출마 당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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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보협 회장 기간 국회 상임위 회의실 뒷자리에 있는 접이식 의자를 바꿨다. 상임위 회의가 몇 시간 동안 이어질 때 보좌진이 각종 서류를 무릎에 올리고 다닥다닥 앉아있던 공간이다. 인턴 비서가 출입 카드를 찍으면 “10일 남았습니다”라며 계약 만료 시점을 음성으로 알리는 시스템도 없앴다. 그는 “면직예고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관련 법안이 심사를 한 번도 못 받았다”며 “이번 새 당 대표들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민주당의 부침(浮沈)을 지켜본 조 보좌관은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이유를 “민생을 전혀 못 챙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당이 적폐청산, 남북관계, 그 뒤론 코로나19 방역에만 집중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2030 세대가 당장 내 집 마련을 못해서 분노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원룸에 살다가도 곧 전세로 옮기고, 돈 모아서 나중에 집 장만하는 사다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사다리를 보호 못 한 게 민주당이다.”

-대학 안 가면 1000만원, 군 전역 때 3000만원 공약이 나오는데

“복잡한 청년 문제에 손쉬운 선택을 하는 거다. 현금 주고 표 사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이 떠오른다.”



조 보좌관의 행보를 보고 혹자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조 보좌관은 “의원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의 스태프, 전문 보좌관이 나에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대한 대중의 혐오를 없애는 일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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