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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빈센조’ 송중기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쏘 왓?’ 싶었죠”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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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한국에 상륙한 마피아 콘실리에리. 물음표가 떠오르는 생소한 설정을 무한한 느낌표로 마무리했다. 배우 송중기가 그려낸 ‘빈센조’는 시청자에게 마피아와 다크 히어로에 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당과 싸우는 정의구현기를 그렸다. 마피아 콘실리에리로 빈센조로 분한 송중기는 박재범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도 설득력 있는 빈센조를 완성해냈다. 액션, 코믹, 로맨스까지 거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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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송중기는 ‘빈센조’ 종영의 아쉬움을 전하며 작품, 동료, 제작진에 관한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빈센조’는 매회 ‘빈센조’라는 커다란 세 글자로 엔딩을 장식했다. 최종회에서는 ‘끝’이라는 자막으로 대신했다. 송중기는 “넋 놓고 마지막 회를 보고 있다가 모든 배우, 스태프가 나오는 엔딩 크레딧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다 ‘끝’을 보니 감독님께 서운하더라. 지금 당장에라도 21부 대본을 들고 촬영하러 가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송중기에게 ‘빈센조’는 유독 보내기 싫은 작품이다.

송중기는 이제껏 본 적 없던 다크 히어로 빈센조를 완성했다.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콘실리에리. 당한 것은 몇 배로 갚아주는 냉혈한 전략가로 악의 방식으로 악을 상대해갔다. 금을 찾기 위해 찾아온 금가 프라자에 스며들어 정을 나눴고, 동시에 한국형 변종 빌런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판했다.

송중기가 빈센조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건 ‘이질감’이다. 그는 “빈센조가 한국에 왔을 때, 어울리는 배역들과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이질적이고 싶었다. 헤어스타일에 큰 의미는 없다. 빈센조의 감정이 폭발했을 때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생소한 ‘마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흔치 않은 주인공의 설정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송중기는 “하다 하다 이제 마피아를 가져오셨구나 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동떨어진 건 아닌지, 잘 어울릴지 의문부터 앞섰다. 마피아는 영화 속의 인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바꾼 건 시놉시스였다. 시놉시스를 보고 나니 소재도, 주제도 공감이 생겼다. “한국의 부조리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님의 울분이 느껴졌다”는 송중기는 “마피아라는 소재와 ‘악이 악을 처단한다’는 설정에 많은 공감이 됐다. 허세 아닐까 하던 고민이 확 사라졌다. 공감한 만큼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시놉시스를 통해 ‘시원한 탄산수’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송중기. 종영한 지금은 ‘빈센조’를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을까. 그는 “지금은 오히려 어려웠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악인인 내가 지지받으니 마냥 속 시원하다고만 느낄 수 없는 지점이 생기더라. 알쏭달쏭 했지만, 그래도 빈센조는 이런 사람이니까. ‘쏘 왓?(So What?)’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빈센조’ 출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도 있었다. ‘박재범 작가= 코미디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 본 적도, 잘 하지도 않은 장르이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했다.

“과연 대중들이 송중기가 하는 코미디에 기대를 할까 생각도 했어요. 시놉시스를 받고 작가, 감독님 미팅을 하고 나서는 확신까진 아니었지만, 이분들을 믿고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첫 촬영 때만 해도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촬영을 진행 하다 보니 오히려 초반 촬영을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빈센조’는 부족한 나의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혀준 작품이에요. 새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죠.”

‘빈센조’는 흔하디흔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탈피했다. 견고하고도 광활한 ‘악’을 뽑아내기 위해서 때로는 변칙적인 승부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라는 빈센조의 방식으로 승부했고,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동시에 잔인한 복수의 방식이 악한 빌런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의견도 있었다.

송중기도 각기 다른 시청자의 의견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청자 반응 중 유일하게 동의하지 못하는 하나가 ‘히어로’라는 수식어다”라고 운을 뗀 송중기는 “빈센조가 히어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물 히어로가 되면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연기하면서도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빈센조가 지지를 받는 현실에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상업적 드라마이기에 통쾌함을 최고의 가치로 드리자고 한 것뿐”이라고 짚었다. 그가 바라본 빈센조는 누군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스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빈센조를 보면서 “그도 사람이니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빌런 넷을 합친 것보다 더 빌런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사적 복수를 하는 주인공이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악인이 시청자 설득하는 게 맞나 헷갈리기도 했죠. 솔직히 저도 인간인지라 사적 복수를 꿈꾼 적이 많아요. 법만 가지고 안 될 때가 있으니까요. 흔히 법을 이용해서 빠져나가고 하다 보니 박재범 작가님의 시놉시스가 이해됐어요. 이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오히려 ‘사이다’였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헷갈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시청자가 즐거워하는 가치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공감했죠. 가끔은 법보다 주먹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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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을 저지르고도 줌바 댄스를 추던 최명희(김여진), 죄책감 없는 살인을 지속해온 장한석(옥택연),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는 팔랑귀 면모를 드러낸 한승혁(조한철)까지. 누구 하나 구제받을 수 없는 악인이었지만 그들의 최후가 지나치게 잔인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15세 이상 관람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불을 붙이고, 새가 내장을 쪼아 먹고, 목에 칼을 맞고 피가 낭자한 죽음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하고 징그러운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는 걸 알아요. 스태프 중에 못 보겠다고 한 분들도 있고, 촬영할 때도 의견이 갈렸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더 해도 된다는 입장이었어요. 빈센조는 판타지 속 빌런이지만, 나머지는 다 현실적인 빌런이라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어제 뉴스만 봐도 비슷한 빌런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심하게 잘못한 사람들은 최명희, 장한석을 죽인 것보다 더 심한 처벌을 당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빈센조’ 속 중국 브랜드 PPL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극 중 빈센조와 홍차영(전여빈)이 먹는 즉석식품이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의 상품이며, 한국에선 판매되지 않는 중국 내수용 비빔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빈센조’ 측은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 및 재편집해 VOD에 반영했다.

이와 관련해 송중기는 “그런 해프닝 있었고, 시청자가 실망하고 불편을 느꼈다면 참여한 구성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반면 “논란이 있었을 때 오히려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재미없다’는 평을 듣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미가 없다는 건 상업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외적인 논란이 생긴 때 더 집중해서 더 재밌게 만들어서 다시 예쁨받자는 생각에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작품의 인기만큼이나 크고 작은 이슈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14.6%의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막을 내렸다. 첫 방송 시청률(7.7%) 대비 약 2배의 수치이자 tvN 역대 시청률 6위의 기록이다.

‘빈센조’가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비결로 송중기는 “박 작가님이 가장 큰 모토로 삼은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는 문장, 그리고 드라마의 색깔을 속 시원하게 받아주셨다는 게 가장 반갑다”고 했다. 두 번째로 꼽은 건 보이지 않아도 끈끈했던 팀워크다. “동료 배우나 업계 관계자분들이 연락 와서는 ‘현장이 즐거운 게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보이지 않는 부분이 컸어요. 모든 구성원이 정말 끈끈하게 지냈죠. 단합이 잘 됐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하이스토리 디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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