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박진식의 심장토크]선천성 심장병 환자 살리는 심장안의 우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나이 들어서 생기는 심혈관 질환은 대부분 뚫려 있어야 할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병들이다. 이런 병들을 치료는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여내거나, 풍선을 불어서 좁아진 혈관을 넓혀 놓거나 또는 넓혀 놓은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라는 그물 망으로 혈관벽을 지지해서 버티도록 해서 혈관 내부에 혈액이 잘 흐르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데일리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그런데 선천성 심장병의 반 이상은 심장 내에 막혀 있어야 할 곳이 막히지 않은 상태로 남아서 혈액이 과하게 흐르게 되는 병들이고, 대표적인 것이 심실중격결손, 동맥관개존증 그리고 심방중격결손증이다. 이 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병들도 많이 있지만, 비교적 단순한 이런 선천성 심장병도 치료를 위해서는 심장을 열고 비정상적인 ‘구멍’들을 꿰매어 막아 주어야 했다.

1976년에 King 과 Mills라는 두 의사는 수술 없이 심장 내부에 있는 구멍을 막을 기구를 고안했다. 구멍을 막을 수 있는 두 개의 판을 우산처럼 접어서 가늘게 만든 상태로 혈관을 통해서 심장에 집어넣고, 막아야 할 구멍이 있는 부위에서 우산처럼 판을 펴 주면 구멍이 막히는 원리이다. 두 개의 판이 구멍의 양쪽에 위치하면서 서로 당겨서 구멍 위치에 고정이 되도록 하면서 혈액의 흐름도 막아 정상적인 혈액 흐름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고, 우산 같은 작동 원리를 가졌다고 해서 ‘Double Umbrella Closure(이중 우산 폐쇄)’라고 불렸다.

초기에는 기구의 굵기도 굵고 고정도 잘 안되어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1990년대부터 기구의 개선이 가속화돼 지금은 초기 보다 3분의 1이하의 직경, 단면적으로는 9분의 1이하로 작아진 관을 통해서 삽입할 수 있는 기구들이 개발돼 사용하고 있다. 기구의 형태도 초기의 우산 살에 천이 덮여 있는 구조에서 탄성이 높은 합금 망을 이용해 스스로 펼쳐지는 형태의 기구로 발전했다. 이렇게 개발에 개발한 거듭한 끝에 현재는 선천성 심장병을 치료하는 표준 치료법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여, 치료가 필요한 환아들의 가슴과 그 부모님들의 가슴 모두를 치료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류 의료계에서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라고 놀림 받고, 이단 취급 받던 치료 법들이 지금은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우산폐쇄기구 말고도 풍선으로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관상동맥 풍선 확장술,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수술없이 할 수 있게 해 준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부정맥 수술을 대치한 경피적 전극도자술, 비디오 흉강경 심장수술, 복강경 혈관수술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치료법들이 이미 개발 되있지만, 더 적게 절개하고, 더 적은 통증을 주고도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오늘도 밤을 지새는 전 세계의 많은 의료인, 많은 과학자들 덕분에 의료는 발전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