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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융SOS] "같은 보험료로 더 받는다" 이 말에 오래된 보험 깼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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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 모(37) 씨는 지난해 말 5년간 매달 23만원씩 내던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새 보험에 가입하면 기존 보험의 가입 기간도 그대로 인정되고 손해 볼 게 전혀 없다는 설계사의 말만 믿은 게 화근이었다.

최 씨는 “올해 초 다른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보험을 진단받으며 새 종신보험이 이전보다 안 좋은 상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동안 낸 보험료의 절반 정도 되는 해지환급금만 받은 데다 보험 가입 기간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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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했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금감원은 종신보험 등 보험 리모델링 영업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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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고에 보험료를 줄이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가 싸다, 같은 보험료에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등 설계사의 말에 혹해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 가입하는 이른바 ‘보험 리모델링’도 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보장을 채우는 게 아니라 보험료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종신보험 리모델링 영업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오래된 보험은 함부로 해지하는 게 아니다”



종신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은 가입 초기에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를 많이 떼가는 구조다. 오래 납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면 사업비만 이중으로 내게 된다. 그래서 금감원은 “종신보험 간 리모델링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같다면, 새 보험의 보험료가 비쌀 가능성도 높다. 오래된 보험상품이 예정이율 등 조건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예정이율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고객에게서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가입한 보험상품은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해지보다는 유지가 유리할 수 있다”며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지고 재가입이 어렵기 때문에 보험계약의 해지보다는 보장 축소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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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해지해 손해 봤다면 6개월 내 계약 부활도 가능



최 씨처럼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새 보험에 가입하는 걸 ‘승환계약’이라고 한다.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 6개월 이내 새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계약을 바꾸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기존 보험과 새 보험의 보험기간, 예정이자율, 보험료 등을 비교ㆍ안내하게 돼 있다. 설계사가 이런 절차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기존 보험계약 해지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지한 보험의 부활을 청구할 수 있다. 새로 가입한 보험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보험 계약을 부활시키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가 계약자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계약자가 이를 이해했다는 서명 절차를 보통 거치기 때문에 부당 승환계약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설계사는 새 보험계약의 장점 위주로 설명하겠지만, 기존 보험과 보험료, 보장 내용 등을 비교한 비교안내확인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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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배포한 종신보험 리모델링 시 체크리스트.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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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전 보험료 총액, 질병 특약, 예정이율 체크 필요



금감원이 제시한 종신보험 리모델링 시 체크해야 할 항목은 이렇다.

①리모델링으로 보험료 총액이 상승하지 않는지?

②청약 시 가입 거절될 질병특약은 없는지?

③리모델링으로 예정이율이 낮아지지 않는지?

설계사들이 리모델링을 권유하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쓸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기존 보험 상품은 매년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이니 비갱신형 상품으로 바꾸라고 권유할 때다. 비갱신형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대신 초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다.

설계사가 낮은 보험료를 강조할 때는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은 보험료가 싼 대신 해지환급금이 적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보험료 아깝다면 해지 대신 감액완납제도



당장 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납입유예 제도는 보험사에 쌓인 보험료(해지환급금)에서 보험료를 차감하는 제도다. 다만 해지환급금이 모두 소진될 경우 보험이 자동 해지될 수 있다.

감액완납제도는 고객의 경제 사정으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 해당 시점의 해지환급금으로 보험료를 완납하는 제도다. 보험기간과 보험금 등의 지급조건은 동일하지만, 보장금액은 줄어든다.

당장 목돈이 필요할 때는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 제도도 있다. 보험계약 대출은 신용등급조회 등 대출 심사 절차가 생략되는 데다, 오는 8월부터 강화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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