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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욕하더니 더했다…슬쩍 국경 닫고 역풍 맞은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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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RG]

■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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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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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100일.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제 지표 호조 등 국정 운영의 굵직한 사안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가지 부문에서 '역풍'을 맞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정 운영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코로나19 관리와 경제 부문은 각각 64%와 53%의 긍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국경 문제는 부정적 평가가 53%를 기록했다. 민주당원 사이에서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은 '국경 위기(border crisis)'라고 불렀고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투쟁(the struggle Biden is facing)이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 남부 국경이 중남미 이민 희망자들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생긴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비난해왔고 자신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혀온 만큼 중미 지역의 이민 희망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도 열리기 전에 중미 국가 온두라스에서는 수천 명이 무리 지어 북상하는 '중남미 캐러밴'이 다시 등장했다가 좌절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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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국경에서 온두라스 캐러밴 수천명이 과테말라 군인과 경찰의 봉쇄를 뚫고 과테말라 국경울 넘어 뛰어들어가고 있다.[알자지라 유튜브]



당시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원회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당장 국경에 와도 문을 열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허리케인이 남긴 상흔으로 생계의 고통에 시달리던 중미인들은 북상을 멈추지 않았지만 국경은 열리지 않았다.



트럼프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지표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후 100일이 지나도록 트럼프 행정부에서 만든 공중보건법 '타이틀42'를 슬며시 유지하며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거나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비판을 받았다. 국경을 넘어온 불법체류자 체포 건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수배 많고, 받아들인 난민 수도 현저히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3만4000여명을 국경에서 체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펴던 때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타이틀 42를 적용해 올해 3월 17만2000명 이상을 체포해 구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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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북쪽 국경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인 쿠바인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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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국경에 몰려온 이민자들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 수용 건수 자체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비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2050명의 난민을 인정했고, 이 추세대로면 연말에는 451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지난해 1만1814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WP는 이와 관련 지난달 12일 사설에서 "현대사에서 가장 난민을 적게 받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올해 예상되는 난민 수용 기록이 1980년대 이후 최저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예상하지 않은 모습이며 그간 해왔던 난민을 향한 따뜻한 발언들과 전혀 다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서도 "바이든 양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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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원의원 딕 더빈. [A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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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기존의 법 절차에 따라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미국으로 입국할 준비가 된 난민 715명의 미국행이 2월에 설명 없이 좌절된 일은 WP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비판도 불렀다. 이들을 막은 것은 단순히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6일, 이런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한 1만5000명이라는 난민 수용 규모 상한선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판 대열에 섰다. NBC에 따르면 프라밀라 자야팔 연방 하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을 혐오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 정책을 즉시 폐지하지 않았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고 양심적이지도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인간성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공개 비판했다.

상원 사법위원회 의장인 딕 더빈 의원은 "1만5000명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밥 메넨데즈 의원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심사를 완료한 난민 입국까지 막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이달 3일 미국의 연간 난민 한도를 6만2500명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CNBC 등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엄청난 압력에 직면한 뒤 난민 상한선을 공약대로 올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대중은 국경보다 코로나에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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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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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에도 이민 문제는 간단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갈수록 중남미 캐러밴의 북상이 잦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특히 남부에 거주하는 히스패닉 미국인조차도 국경의 장벽을 낮추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문제도 이같은 정서를 거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트럼프를 향해 거세게 비판했던 정책을 '슬그머니' 유지했다는 데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설명한다.

6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경 쓰게 되는 이슈는 대중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종종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에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데 국경 문제는 중요하고 우리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중은 전염병과 경제보다 훨씬 적게 국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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