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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고 손정민씨 부친 “카네이션 안 줘도 되니 한 번만 안아봤으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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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故 손정민 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아들의 그림을 선물로 받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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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서운했어. 이놈은 카네이션도 안 주나 하고…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렇게 해주시네.”

어버이날인 8일,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아들이 아닌 시민들로부터 카네이션과 선물 등을 받고 감사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이날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정민씨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가 마련한 자리였다. 두 사람은 차가운 바닥에서 맞절을 했다. 차씨는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또 외국에서도 위로의 말씀 전하니 힘을 내시라”고 했고, 손씨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은 아직 저기(한강)에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미리 전날 차씨의 유튜브를 보고 손씨를 만나러 온 시민은 15명가량이었으나 지나던 행인까지 합류해 약 50명으로 늘었다. 시민들은 돌아가며 손씨에게 카네이션 등 선물을 전달하고 위로하며 아들 정민씨를 위해 묵념했다.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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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손정민 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응원 온 시민들에게 카네이션과 손정민 군의 그림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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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직접 그린 정민씨의 그림을 손씨에게 건네자 그는 울먹이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정말 잘 간직하겠다. 정민아 네 사진을 그려주는 사람 있을지 몰랐지?”라고 말했다.

손현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민이를) 한강물에서 구조해주신 분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 나왔다. 이제 좀 마음이 편하다”면서 “모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어떤 형태로든 절대 원하지 않는다.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간 정민이가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우리 가족 불행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본인 일처럼 애통해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1년이든 2년이든 기다릴 수 있으니까 하나도 놓치지 말고 규명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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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손정민 군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차종욱 민간구조사를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아들 정민씨를 향한 애달픈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손씨는 “아빠는 서운했어. 이놈은 카네이션도 안 주나 하고.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대신) 이렇게 해주시네”라며 “카네이션 같은 것 안 줘도 좋으니까 널 한 번만 안아봤으면 좋겠구나. 너는 카네이션도 못 받아보잖아. 이 바보야”라며 눈물을 닦았다.

한편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그는 5일 후인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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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손정민 군의 아버지 손현씨(오른쪽)와 차종욱 민간구조사(오른쪽)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서로에게 절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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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A씨는 손씨 실종 당일인 25일 오전 4시30분쯤 자다 깨 혼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손씨가 주변에 없어 먼저 귀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손씨의 사인을 밝혀달라며 이달 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8일 오전 11시 기준 약 3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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