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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나눔동행] 고국 가족에 보낼 돈 아껴 기부…베트남 출신 흐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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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매월 요양원·보육시설 소액 기부…고향 보육원 등도 후원

"건강하게 일해 행복…기부 특별한 일 아니고, 더 어려운 이웃 돕고 싶어"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흐엉씨
[촬영 홍현기]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저는 건강하고 일할 수 있으니까 행복해요.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베트남 출신 응우엔 티 흐엉(39)씨는 2018년부터 국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해왔다.

2013년 한국에 온 흐엉씨는 그동안 휴대전화 부품회사와 화장품 회사 등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을 아껴 주변 이웃을 돕고 있다.

현재 그가 부평구 한 화장품 회사의 품질관리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200만∼300만원 수준.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그는 고향인 베트남에 있는 부모와 10대 딸을 위해 매달 돈을 보내야 해 넉넉하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본인의 생활비를 절약해 월세·관리비·전기세·가스비 등을 포함해서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쓰고 남는 돈으로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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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회사에서 근무 중인 흐엉씨
[흐엉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018년부터 2년간 매월 노인 요양원과 어린이 보육시설에 소액을 꾸준히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40만원에 별도로 모은 돈 2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부평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부평구에 20만원을 전달하는 등 총 44만원을 기부했다.

또 국내에서 농사를 짓는 베트남 출신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이들의 농산물을 구매해 주변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있다.

지난 1일 부평구 자택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흐엉씨는 "코로나19로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저는 일하고 있어서 괜찮다"며 "일하지 못하고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기부했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지금 받는 월급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하고 혼자 지내다 보니 돈을 쓸데가 많지 않다"며 "저축은 하지 못하지만 계속해 일할 수 있으니 조금씩 아껴 주변과 나누고 싶다"라며 웃었다.

흐엉씨는 현재 직장에서 2주씩 교대로 주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주간 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야간 근무 때는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일한다.

장시간 집중해 근무하는 데다 계속해 생활 리듬이 바뀌어 쉽지 않은 직장 생활이지만 그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흐엉씨는 "밤샘 근무를 하느라 힘들지만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먹고살 수 있으니까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멋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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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보육원에서 봉사활동 하는 흐엉씨
[흐엉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불교를 믿는 그는 베트남 현지 스님으로부터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의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이나 장애아동 등에게도 10년 넘게 후원을 해왔고, 아프고 가난한 할머니를 위해 음식값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앞으로 소망을 물어봤더니 '건강'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건강해야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흐엉씨는 "나보다 더 많이 기부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지금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면서 주변을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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