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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AI·차량용 반도체 낙제점 한국 '메모리 강국' 자만할 때 아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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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이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공동으로 반도체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고 선도국을 100점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은 60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한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걱정이다.

미국과 대만 등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들과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이르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정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3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지원에 500억달러를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에는 백악관이 주관하는 반도체 영상 회의에 직접 참석해 기업들에 미국 내 투자를 독려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 두 곳을 짓기로 했고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도 투자를 늘려 미국에 최대 6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TSMC는 향후 3년간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해 삼성전자 등 후발 업체와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며 자만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정부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종합 전략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를 풀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적어도 몇 년이 걸리는 이중삼중 규제를 그대로 두고 파격적 지원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기업들이 마음껏 혁신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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