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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여적] 여야 만장일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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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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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덕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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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취임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른 여느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인사 검증 ‘7대 원칙’에 걸린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고 아들 역시 해병대에서 복무를 마쳤다. 재산으로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모친 것을 모두 더해 11억3000만원을 신고했다. 집은 세종시에 아파트 1채를 갖고 있고, 탈세와 음주 운전, 논문 표절, 위장 전입, 성 관련 범죄 등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여야 만장일치로 단 1분 만에 안 장관에 대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고위 공직자 인사의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등 불법적 재산 증식, 논문 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 세금 탈루 및 상습 체납, 위장 전입 등의 문제가 있다면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첫 내각 구성부터 실천하지 못했다. 국무총리·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났고 청와대는 “선거 운동과 국정 운영이라는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순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후 여기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를 검증 기준에 추가해 7대 원칙이 만들어졌다. 공직자로서 윤리를 지키고 준법 의식·상식을 제대로 갖추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공직자 인사 때마다 청문회는 인사 검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당의 반발과 여당의 민망한 엄호 속에 청문회는 파행하기 일쑤고, 청와대는 국회의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지난 4년 내내 반복됐다.

도덕성과 자질이 떨어지는 공직자 후보들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 ‘이상하면서도 정상적인’ 안 장관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다. 심지어 야당 의원들도 안 장관을 칭찬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비리 문제를 이야기하면 서로 참 민망한데 그렇지 않게 살아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대수 의원도 “30년간 공직생활을 깔끔하게 하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안 장관이 책무도 훌륭하게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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