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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회초리 맞아도 민주당은 왜 아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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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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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조국 사태 등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촛불집회 대상이 민주당이었을 거다.”

“‘어떻게 너희들이 국민의힘을 찍느냐’는 오만한 반응에 20대는 보란 듯이 반대로 가면서 배를 옮겨 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개혁의 주체일 수도 있지만 개혁의 대상일 수도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마련한 20대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쏟아진 비판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2030 초선 의원 5명이 내놓은 입장문에 이어 ‘더민초’를 중심으로 ‘성역’을 넘나드는 쓴소리들이 공개되고 있다. 조국 사태를 패배 원인으로 짚은 2030 초선 의원들에게 쏟아진 문자폭탄 등 이른바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패배 원인과 쇄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비해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뭇 느긋하기까지 하다. 일각에서는 선거 패배 뒤 당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평안을 찾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회초리를 들었는데 정작 맞은 사람은 아파하지 않으니 때린 사람이 얼마나 화가 나겠느냐”고 한탄했다.

선거 참패를 계기로 새로운 지도부를 뽑기 위해 열린 전당대회였지만 정작 전당대회 과정에서 구체적인 선거 패배 원인을 짚거나 당 쇄신 방안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송영길 민주당 신임 대표는 지난 3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쇄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유능한 개혁을 하려면 일단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몇 가지 자기들 좋아하는 논리만 취합해서 자기강화를 하는 구조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민심과 유리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있게 수렴해서 민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은 의원들을 포함한 당 안팎의 의견을 먼저 들어본 뒤 쇄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했고 오는 11일에는 재선 의원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부 행동파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묻혀 있던 ‘조금 다른’ 의견들이 당내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쇄신에 목마른 초선 의원들이 앞서서 ‘쓴소리 경청’ 등을 이끌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당 대표와 한 간담회에서 ‘비상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지도부의 모습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진정한 사과’와 함께 검찰개혁 등 지난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한 개혁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문제는 지도부가 이러한 의견을 어떻게, 얼마나 받아안느냐다. 계파색이 옅은 송 대표의 당선 자체가 ‘친문 강성’의 목소리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조국 사태를 재보궐선거의 패배 원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내대표나 최고위원들의 그림자는 여전히 송 대표를 따라붙고 있다. 강성 권리당원을 등에 업고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부동산개혁을 과감하고 속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꼈다는 대다수 초선 의원들의 의견과도 배치된다.

이처럼 과대대표되고 있는 일부 강성 지지자의 의견과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과제가 송 대표의 어깨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더 많은 지지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강성 친문’의 말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민주당 안에서 그동안 반영되지 못했던 다른 의견들과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당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일부 강성 당원들도) 설득을 통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리스너’ 역할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대외적으로 쇄신의 메시지를 던지는 ‘스피커’가 돼야 한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당 쇄신을 먼저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이를 기반으로 대선 경선을 지지자들의 박수 속에서 치를 수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한겨레

송채경화 정치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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