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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측 "명분도 실리도 없다"...친문계 '경선 연기' 공론화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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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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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 시기는 오는 9월이다. 야당보다 일찍 대선주자를 뽑는 게 유리할게 없다는 게 경선 연기론의 명목상 이유지만, 이 지사 측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재명계 의원들은 7일 당내 경선연기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경인교통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 당헌에 아주 예외적 상황이 아닌 이상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확정하게 돼 있다"며 "이 원칙을 망가뜨리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고, 명분도 없으며 실리도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은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들어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경선 연기론에는 이 지사를 배제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도 페이스북에 "(경선 연기론은)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열을 정비하고 탄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지 소모적 논란으로 블랙홀을 만들 때가 전혀 아니다"라고 호응했다. 민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이런 논란이 더는 뜨거워지지 않도록 서둘러 정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김병욱 의원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9월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시기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당헌·당규를 수정하는 것은 주자 간 유불리 싸움을 한다고 비칠 가능성이 있다"며 "당헌·당규를 만들었는데 지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논쟁하는 게 바람직한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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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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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 의원들의 잇단 반응의 배경은 친문계 의원들이 경선 연기 주장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계 전재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단 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경선 연기론을 공개 주장했다. 그는 적절한 경선 시점으로 '국민 3,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로 꼽았다. 사실상 11월을 제시한 것으로, 대선 120일 전 후보 선출을 마무리하는 국민의힘 일정과도 겹친다.

다만 전 의원은 이날 이 지사 측의 집단 반발에 SNS에 "특정 주자를 배제시키고 양성할 목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경선 연기가 당헌 개정 사항이 아니다"며 "당무위원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원칙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경선 연기론을 굽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경선 일정 변경 논의에 신중한 입장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경선 연기 주장에 대해 "그런 고민은 아직 안 한다. (당직) 인선도 덜 끝났다"며 "당 지도부 정비가 된 다음에 차분히 논의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경선연기론에 대해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는 당헌에 규정된 절차를 밟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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