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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족 맞춤 로비 펀드 아닌가"…라임 청문회 된 김부겸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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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 11호(라임 자산운용 비공개 사모펀드)의 존재를 알고 경악했습니다. 어떻게 피해자들에겐 2000억원 피해를 주고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뒤로는 이런 펀드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지….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7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구집 라임 사태 피해자대책위 대표는 김 후보자 둘째 딸 가족이 가입한 테티스 11호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 대표가 “가해자들이 당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피해자 중 (김 후보자 가족 같은) 가입 조건을 제안받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이자 청문회장이 숙연해 졌다.

이날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테티스 11호였다. 이 라임 펀드에 김 후보자 딸 가족이 가입한 게 특혜냐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김부겸 딸 가족 위한 맞춤형 로비 펀드”



중앙일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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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 11호는 라임 사태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1심서 징역 15년 선고)이 사태 공론화(2019년 6월) 두달 전인 2019년 4월 김 후보자 둘째 딸 가족을 가입자로 367억원을 설정한 펀드다. 이 전 부사장이 소유한 A사가 349억원, 이 전 부사장이 6억원을 댔고, 김 후보자 둘째 딸과 사위·손녀·손자 명의로 각각 3억원씩 총 12억원이 들어갔다. 김 후보자는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다.

야당은 이 펀드가 “이 전 부사장이 김 후보자 가족만을 위해 조성한 맞춤형 펀드이자 유력 정치인 가족을 배후로 두기 위한 로비용 펀드”(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라고 공세를 폈다. 또한 다른 라임 펀드와 달리 테티스 11호는 성과 보수나, 환매 수수료가 0%인 데다가 환매 제한도 없는 점을 들어 “비정상 특혜”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펀드에 349억원을 댄 A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 총 14억5000만원(2017~2019년)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사실도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테티스 11호는 (법정 진술이 없었다면) 아무도 모르는 펀드였다”며 “김 후보자 가족 수익률이 5% 이상이었는데, 바로 (돈을) 빼버렸으면 아무도 몰랐을 펀드”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둘째딸 가족이 라임 환매 중단 사태(10월 10일) 직전 환매를 신청(10월 4일)했다가 실패한 점을 들어 “손해를 본 피해자”(서영교 민주당 의원)라는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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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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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국흑서(黑書)’라고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도 참고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출석했다. 김 회계사는 “테티스 11호가 지극히 유리한 조건이고 특혜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건 김 후보자가 언설(言說)로 호소할 게 아니라 조사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 가족이 피해자라는 주장에는 “피해와 특혜의 범주는 다르다. 다분히 특혜적인 요소가 가득하다”고 반박했다. 테티스 11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이른바 ‘정경심 펀드’ 논란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이 테티스 11호를 조성하면서 판매 담당자에 “가입자가 김부겸 장관 사위”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라임 펀드 판매 사기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이날 “펀드 개설 뒤 (사위) 최모씨가 김 후보자 사위라는 걸 누구에게 들었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이 전 부사장에게 전화로 들었다”고 답했다.



김부겸 “경제 활동 주체 제 사위, ‘딸 가족’은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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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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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이날 라임 펀드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경제 활동 주체가 제 사위인데, ‘김부겸의 딸 가족’이라고 하는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이라며 “제가 편법을 하거나 권력형 행사를 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겠나”라고 반박했다. “도저히 제가 알 수 없는 영역에 그림을 그려놓고 ‘이런데도 아니냐’고 하면 뭐라 하겠나”라고 말할 땐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과거 김 후보자 아내가 운영했고, 현재 후보자 여동생이 운영하는 컴퓨터 보수 업체의 수의계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자꾸 의혹을 부풀리지 말고 사실대로 (자료를) 요구하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부터 이어온 계약이고 제 여동생이 내일모레 60세”라고 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태도를 지적하자 이내 “제가 부족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향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는 “총리가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총선, 당 대표 선거를 거치며 지금 시대를 제가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사면은 대통령께 주어진 유일한 권한으로 누구를 해달라 말할 순 없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인 것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청문특위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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