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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원칙 깨지 말라"…이재명계 '경선연기론' 조기진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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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일 오후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시와 경기도의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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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연기론’ 싸움이 확전 양상이다. 선두를 굳히려는 이재명계 의원들이 7일 일제히 “연기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 전선이 뚜렷해졌다.



‘원칙주의자’ 된 이재명계



정성호·민형배·김남국 등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앞다퉈 경선연기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많지 않다”(정성호), “패배주의적 발상이다”(민형배), “원칙 훼손은 안 된다”(김남국)는 주장이다. 전날 대선 도전 선언을 앞둔 김두관 의원과 대선 주자 중 이광재 의원과 가까운 전재수 의원이 경선 연기 필요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지 하루 만에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반격의 핵심은 “원칙 사수”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스스로 정한 원칙을 쉽게 버리는 정당을 주권자(국민)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과 부산에 모두 후보를 냈고, 크게 패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고 썼다. 정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 당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당헌을 저렇게 바꾼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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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경선연기는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날 경선연기론을 꺼낸 같은당 전재수 의원 글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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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또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 들어가고 (이것은) 본선에 매우 위험하다”고도 했다. 이재명계의 일제 반격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경선 연기론을 힘으로 조기 진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동안 당의 진로를 좌우했던 강성 친문 그룹의 목소리는 당이 4·7 재·보선 참패한 이후 치러진 5·2 전당대회에서 친문 대표주자인 홍영표 의원이 패배하면서 많이 작아졌다. 반면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재명계는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달 말 7명으로 시작한 이 지사 지지 국회의원 모임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은 당초 목표했던 회원 수 30명을 약 일주일 만에 다 채웠다. 조정식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5선), 노웅래 전 민주당 최고위원(4선) 등 중진들의 합류하면서 무게감도 갖췄다. 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연기론이) 당내 갈등 요인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 지도부가 입장을 명백하게,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 이하 지도부를 압박한 것이다.



내심 반기는 주자들…“시간 얼마 없다”



그러나 이 지사를 제외한 대선 주자 캠프에선 김두관·전재수발 경선연기론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세균 전 총리의 한 측근 인사는 “후보 조기 선출이 본선엔 독이라는 게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며 “2002년 4월에 후보가 되면서 지지율 50%를 넘겼다가 한때 10%대까지 추락해 고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6일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답했지만 그의 주변에선 “후보별 유불리를 떠나, 당에 어떤 결정이 도움되는지를 다 함께 따져보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캠프 관계자)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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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5월 첫째주(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는 5%,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로 선두를 달린 이재명 경기지사(25%)에 크게 뒤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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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출마선언을 앞둔 박용진 의원 반응도 이 지사와 같은 결은 아니다.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경선 시기를 원칙대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플레이어로서 규칙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단 민주당 의원들의 시선은 이날 광주를 찾아 이틀째 지방 행보를 하고 있는 송 대표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6월 예비경선 전 당헌·당규를 손질하려면 늦어도 이달 내 당내 합의를 마쳐야 할 것”이라며 “곧 송 대표가 대선 주자들의 의견을 들어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켠에선 이 지사의 경선 연기 수용가능성을 전망하는 말도 나온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 지사가 경선연기론을 먼저, 못 이기는 척 수용할 수도 있다”며 “두 달 동안 혼자 광야에 올라가 야당 공세를 다 뒤집어쓰는 것도 부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심새롬·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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