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최장집 “촛불시위로 진보·보수 균형 붕괴…민주주의 위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특별강연

파이낸셜뉴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7일 제주연구원 대강당에서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을 맞아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좌승훈 기자]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촛불시위의 결과가 그동안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탱했던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붕괴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본다”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는 촛불시위 이후 헝클어진 정치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7일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을 맞아 연구원 대강당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가진 특별강연에서 “현재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라고 진단하는 시작점으로 촛불시위를 들고 싶다”며 이같이 피력했다.

■ “촛불시위의 결과가 민주주의 위기 불렀다”

최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민주주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고 본래의 뜻인 대의제 민주주의,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을 대변하는 시민참여적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정당간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의 변화를 논하면서 촛불시위 이후 민주당 정권 하에 보수정당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최장집 교수 특별 초청 강연. [사진=제주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 정부가 과도하게 보수 세력을 부정”

최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를 떠받쳐 온 것은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 간 견제와 균형이라고 봤다. 1980년대 민주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투표를 통한 결과라 할지라도, 한 정당이 만년 승자가 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렵고, 정치 세력 간 일정한 균형이 유지되는 게 필요하며 안정적인 다수를 점하는 정치 세력이 장기 집권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쉽게 위협한다고 봤다.

이어 "촛불시위 이후 들어선 민주당 정부가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하고, 역사 청산, 적폐 청산, 과거 청산 등을 표방하며 보수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사람(후보)만 앞세우고 과거의 이념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변화된 한국 경제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원칙과 비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촛불시위 이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이 변화됐다”고 분석했다.

■ “정치세력 간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

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암묵적, 명시적으로 헌법에 규정한 대로 자유주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표방했다”며 “그런데 촛불시위 이후 민중주의, 대중참여적인 직접 민주주의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면 걷잡을 수 없이 그 의미를 확장해 위험한 권위주의, 전체주의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함으로써, 적폐 청산은 다른 사회세력들, 특히 보수세력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며 “이럴 경우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갈등을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7일 제주연구원 대강당에서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을 맞아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최고수는 “문재인 정부 이후 과거와 다른 남·북한 관계를 만들려고 애쓰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다만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한미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통일은 우리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국제 관계에 의한 제약이 분명히 있고 역사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며 “냉전시기 한국의 방위체계와 외교의 기반이 된 한미 동맹 관계가 주축이 돼야 하고 한일 관계 역시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이어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진행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파이낸셜뉴스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축사를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원 지사는 개원 축사를 통해 “제주연구원은 제주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도민 중심의 현장 연구를 수행하며 제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think tank)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제주특별법,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제주 미래비전부터 관광·1차산업, 신성장 동력 발굴, 복지 안전망까지 제주의 현안과 미래를 보다 구체적·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제주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제주의 미래를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최장집 교수는 1983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학술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제주연구원은 이번 초청 강연을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