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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00kg 컨테이너에 깔린 동생, 악소리도 못 내고…” 누나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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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산재 사망사고 관련 靑 청원 제기

이 씨, 사고 당일 처음으로 해당 업무 투입

안전관리자 현장에 없었고 안전모 미착용

“아픈 큰누나 아끼고 등록금 벌려 알바해

회사에선 책임자가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

대책위 “진상 규명·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세계일보

지난달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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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평택항에서 일하다 지난달 22일 숨진 고(故) 이선호(23)씨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청와대에 국민청원에 제기됐다. 아울러 이군의 누나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가족 먼저 챙길 줄 알고 아픈 큰누나 잘 챙기는 착한 동생이었다”면서 동생의 죽음을 애도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한 청원인은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이란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서 청원인은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소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보상제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아울러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해보고자 일하다가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취재하고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4만8000여명이 동의했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의 한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다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정돼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 안전관리자는 없었고, 이씨는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사고 당일 처음으로 해당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이전에는 동식물 검역 업무를 담당했다. 대책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원청의 무리한 작업 지시 등을 문제 삼으며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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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 누나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사진=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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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이씨의 누나라고 밝힌 네티즌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 “이거 내 동샌 얘긴데.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난다”며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통화하고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며 슬퍼했다.

그는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어, 안전모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 썼어도 300kg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우리 동생 악소리도 못내고 그 자리서 즉사했어”라며 안전관리에 소홀한 회사 측을 비판했다.

그는 이씨가 아픈 큰누나를 끔찍이 아끼고, 자기 스스로 용돈벌이 하는 착한 동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께서 이제 다 키워놨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보내놓고 군대 가야해서 군대까지 보내고 다시 대학가려하니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가고, 지 용돈 지가 벌어서 부모님 손 안벌릴려고 알바했던 건데”라면서 “알바하면서도 그날도 시험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었다”고 적었다. 이어 “나 위에 언니 한명 있는데 언니가 장애 2급에 작년 12월에 유방암 걸려서 부모님하고 나하고 남동생이 많이 슬퍼하고 힘들어했었다”면서 “남동생이 9살 차이 나는 큰누나 옆에서 많이 잘 챙겨줬고 큰누나 끔직하게 아끼고 걱정해줬다. 우리 언니는 남동생 죽은거 모르고있어. 충격받으면 안된다고 해서 티도 못내고 말도 못하고 있어”라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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