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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규제 비웃는 재건축"…거래 끊겨도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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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압구정동 아파트 전경 [사진 =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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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압구정·목동 등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도 재건축 추진 단지가 서울 전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라 지난주(0.0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4월 첫째 주(0.05%)까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4·7 보궐선거 직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가격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견인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노원구가 0.21% 뛰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이어 서초·송파·영등포구(0.15%), 강남구(0.14%), 양천구(0.12%) 순으로 집계됐다.

보유세 부담 강화 여파로 수급은 대체로 안정적인 양상이지만, 재건축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지역과 일부 대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에선 동작구(0.09%→0.08%), 강동구(0.06%→0.04%), 금천구(0.04%→0.03%) 등 3개 구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구의 상승률이 전주 대비 높아지거나 같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 규제 지역에선 매수 문의가 줄고 거래도 끊겼다. 다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3.3㎡당 5647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3604만원) 가격보다 2043만원 높았다. 이후 가격 차이는 올 1월 2068만원에서 2월 2085만원, 3월 2103만원, 4월 2118만원으로 벌어졌다. 전용 85㎡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5억7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한 지난 달 21일부터 시행을 앞둔 26일까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건으로 이 중 10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곳은 지난달 23일 39억8000만원에 거래된 압구정 미성2차 전용 140㎡로 직전 신고가(30억5000만원)보다 무려 9억3000만원이나 올랐다.

일부 매수세는 압구정동 인근인 서초구 반포동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126㎡은 지난 달 16일 21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계약했는데 이는 10개월 전 전고가 대비 5억원 상승한 금액이다. 같은 지역 서초구 반포동 라인 아파트 전용면적 106㎡도 11억 7000만원의 신고가로 손바뀜됐다. 이는 32개월 전 전고가 대비 4억1500만원 뛴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강해져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살아난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3.7로, 지난주(102.7, 한국부동산원 자료)보다 1.0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는 4주 연속 기준선(100)을 넘겨 상승한 것으로 매매수급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 한 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작년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긴 뒤 올해 3월 마지막 주까지 18주 연속 100을 웃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와 마찬가지로 '4·7 보궐선거' 직후 4주 연속(100.3→101.1→102.7→103.7) 상승 폭을 키웠다.

정부가 2·4 대책에서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뒤 매수심리는 다수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되살아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막판 매수세가 몰리면서 매수심리를 자극했다"면서 "규제 지역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매수심리를 부양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주 매매수급 지수는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있는 동남권이 지난주 대비 0.3 포인트 오른 106.7를 기록했다. 여의도·목동이 포함된 서남권은 104.3으로 전주와 비교해 1.9포인트 상승했으며, 상계·중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노원구가 속한 동북권은 102.0으로 전주 대비 0.7포인트 오르며 3주 연속 기준선을 넘겼다.

한편 주택시장이 다시 가열되는 모습을 보이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근 서울 강남 4구 등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 주요 단지의 불안 조짐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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