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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김종인 지난달 만날뻔… 막판 불발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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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회동을 추진했다가 막판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지난달 중순쯤 만나는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윤 전 총장 측에서 날짜를 타진했고 양측 간 긍정적인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서로의 생각이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준비 없이 만났다가 오히려 견해차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 때문에 막판에 연기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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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메신저가 오가며 향후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자 회동이 추진됐지만, 윤 전 총장 측에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김 전 위원장이 결국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멘토이자 대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도 대선 출마 결심이 서면 김 전 위원장을 만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자기 확신이 서면 5월 중순 정도 자기 의사표시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이어 “안이한 방식을 택한다면 어느 정당을 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면 색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단순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한 후 야권 통합에 나서는 게 좋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가도의 그랜드 플랜을 짜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지난달 만남이 윤 전 총장 측의 입장 변화로 불발되고 회동이 자꾸 지연되면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윤 전 총장이 가장 앞서가고 있지만 본인이 태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6일에는 “새로운 주자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자기 비전을 제시하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과 회동을 미루고 정치적 입장 표명 시기까지 불확실해 지자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은 소에 코뚜레를 꿰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간 후 소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물을 마시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윤 전 총장이라는 황소는 누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 가는 소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간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에선 정치인이나 정치부 기자들과 만남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자택에서 경제·안보·사회 등 각 분야 공부를 하면서 점심·저녁엔 여러 분야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달 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난 것 외에는 정치인들과 만남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부인 김건희씨도 얼마 전까지는 평소 절친했던 문화부 기자들과 이따금 연락을 했지만 지금은 접촉을 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메시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중도적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최종적으로 합치더라도 ‘국힘’ 이미지 보다는 안철수의 중도적 이미지를 계속 살려서 같이 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업둥이나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구도는 원하지 않는다”며 “중도 영역에서 외연을 확장한 다음 특정 시점에 국민의힘과 연대나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새 당대표가 선출된 이후인 6월쯤 정치 참여 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간 통합은 6~7월 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이후 윤 전 총장과 안 대표, 국민의힘 간의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하면서 11~12월 중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유튜브팟빵, 애플팟캐스트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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