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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약 수량·종류 아닌 '가액' 기준 가중처벌…헌재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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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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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한 마약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A씨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제2호는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가액 기준 1400여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로 특가법 제11조 제2항 제2호를 적용받아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징역 4년 등을 선고받았다.

특가법 제11조 제2항 제2호는 "소지·소유·재배·사용·수출입·제조 등을 한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지한 마약의 수량이나 종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A씨는 상고해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이듬해 2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해당 조항이 마약의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을 규정하면서도 가액의 의미를 밝히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마약을 유통 목적으로 소지한 것과 단순 소비를 위해 소지한 것을 분리해 가중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또 마약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가액만을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가액의 기준이 '시장에서의 통상 거래가격'이나 '실제 거래된 가액'을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이에 의하면 가액을 산정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마약류는 거래금지품목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액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암거래 시장 등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심판 대상 조항의 '가액'에 관해서는 법원의 가액 인정에 대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있을 뿐,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심판대상조항이 유통 목적 소지와 단순 소비 목적 소지를 구분하지 않고 있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순 사용을 위해 소지하는 경우에도 심판 대상 조항이 규정한 것과 같은 대량의 마약 소지는 마약류시장의 특성상 다시 유통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집단투약의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매소지 뿐 아니라 단순소지라 해도 대량의 소지행위는 마약의 대량 확산에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커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판 대상 조항이 마약류 종류를 구분하지 않아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마약류의 종류가 달라도 불법성을 동일하게 높게 평가해 법정형에 반영하는 기조가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유통되는 마약의 가액이 높을수록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마약이 늘어나고 있고 마약 종류별로 1회 투약량 등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마약 수량이나 종류를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량이나 종류를 가중처벌 구성요건으로 삼지 않은 것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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