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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소한 다툼으로 소중한 걸 잃어버리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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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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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단편 중에 “불이나서 집을 태워버렸다”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이반 시체르바코프는 평범한 농부였다. 위로는 천식으로 6년째 누워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고, 아래로는 아들 셋이 있었는데 첫째는 장가들었고, 둘째는 약혼을 했고 셋째는 미혼으로써 다 한 집에 살았다. 아내는 이바노바로써 평범한 주부였다. 살림 형편은 가축도 있고 농지도 있고 괜찮았다. 이반의 이웃에 고르제이 이바노프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아들은 가브리엘이고 그 가족들 역시 농사꾼으로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과거에 아버지 시대에는 두 집안이 한 가족처럼 지내면서 물건을 나눠 쓰고 사이좋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이반의 며느리가 기르는 닭이 울타리를 넘어가서 가브리엘의 집 마당에 알을 낳았다. 이반의 며느리는 가브리엘의 집으로 가서 계란을 봤느냐고 물었다. 이바노프의 부인이 나와서 이말 저말 하다가 한 마디 했다. “우린 달걀을 모으려고 남의 마당에 들어가진 않아!” 이 말 때문에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가브리엘의 마누라가 뛰어나와 가세했고, 이반의 여자들, 가브리엘, 이반, 아들들까지 뛰어 들어 서로 치고받고 싸웠다. 마침내 이반은 가브리엘의 턱수염을 한 줌이나 뜯었다. 가브리엘은 뜯긴 수염을 증거물로 이반을 고소했다. 이래서 두 집안의 싸움은 법정 싸움으로 계속됐다.

그렇게 7년이 지날 무렵 어느 결혼식에서 이반의 며느리가 가브리엘이 말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화가 난 가브리엘은 이반의 며느리를 걷어찼고, 이반은 이 일로 가브리엘을 고발하여 태형(笞刑)20대의 처벌을 받게 했다. 분을 참지 못한 가브리엘은 이반의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했다. 그 때에 이반의 아버지가 엄중히 타일렀다. “싸움은 쌍방의 책임이다.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 네가 먼저 주님의 사랑으로 용서를 빌고 화해해라!” 그러나 가브리엘은 충고를 듣지 않고 이반의 집에 불을 질렀다. 숨어서 망을 보던 이반은 불은 끄지 않고 불 지른 가브리엘을 쫓아가다가 집이 불에 타버렸다. 그 바람에 이반의 집뿐만 아니라, 불을 지른 가브리엘의 집과, 마을의 절반을 태워버렸다.

이반의 아버지는 화상을 입고 죽어가면서 이반에게 유언을 했다. "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죄냐? 하나님 면전에서 대답해 보라! 이제 네게 남은 것이 무엇이냐? 지금 네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오직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 가브리엘이 방화범이라는 사실을 덮어줘라! 그리고 전처럼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내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전같이 잘 살게 될 것이다! " 이반은 크게 뉘우치고 아버지의 말씀대로 순종했다. 가브리엘을 용서하고 덮어줬다. 가브리엘도 태도가 바뀌었다. 집을 다시 지으면서 서로 돕고 서로 조심하면서 관계를 회복했다. 결국 계란 한 개로 시작해서 7년 동안 싸우고, 농사일 접어두고 법원에 왔다 갔다 하느라고 재산 날리고, 집과 재산을 불에 태워버린 후에 원 위치로 돌아왔다.

한겨레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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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 본질적으로는 다 비슷합니다. 자존심 때문에, 감정 때문에, 돈 때문에, 지위 때문에, 명예 때문에 서로 싸웁니다. 이반과 고르제이는 계란 하나 때문에 아옹다옹 하다가 집을 불태우고 말았지만 결국은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싸움의 결과는 관계가 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싸움은 결국 돌대가리들이 하는 짓입니다. 싸움을 이기는 힘은 용서와 사람 밖에 없습니다. 용서와 사랑은 자기 희생의 댓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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