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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N인터뷰] '아이들은 즐겁다' 감독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어른들 몫"(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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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지원 감독/CJ ENM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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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는 9살 다이(이경훈 분)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전지적 어린이 시점 영화로, 허5파6 작가의 인기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를 원작으로 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2시간으로 압축해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캐릭터나 서사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아픈 엄마와 바쁜 아빠 사이에서 부모의 부재를 겪는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몰래 병원을 옮긴 엄마를 찾아 나서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이 여행을 통해 다이는 물론, 다이와 함께한 친구들도 다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어린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려내며,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안기면서 동시에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지원 감독은 단편영화 '여름밤'(2016)으로 청룡영화상,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쓴 바 있다. 이후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을 내놓는 이지원 감독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아이들은 즐겁다'에 대한 비화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국에서 개봉하게 되어서 무거운 마음도 있지만, 진심으로 찍은 영화인 만큼 영화를 보며 그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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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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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으로 첫 번째 장편 영화를 연출했는데 이유가 있다면.

▶원래 쓰고 있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회사에서 제안을 받고 작가님 작품을 보게 됐다. 원래 '여중생A'를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즐겁다'를 보니 이게 더 좋았고, 한 번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도 어린 시절을 겪었고, 관심 있던 메시지라 끌림이 컸다. 유명한 인기 웹툰이고 어린이들이 출연한다는 점보다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서 이 작품을 하겠다고 했다.

-영화에서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이 많은데 어떤 점을 고려해 각색하게 됐나.

▶우선 웹툰과 영화는 표현 방법이 많이 다르다. 웹툰에서는 조금 더 직접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영화에서는 그걸 분위기나 뉘앙스로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르게 그려내려고 했다. 또 영화는 실제 인물이 나오는 만큼 현실과 더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부분들이 영화에서 더 작위적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서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 초등학교 참관을 하러 갔는데 웹툰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느껴져서 캐릭터 특징을 바꾸기도 했다.

-어린이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촬영을 진행했는데 왜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대본을 주지 않고 진행할 생각이었다. 배우라는 게 감정이 반복될수록 소모되는데 아이들이 조금 더 심할 거라고 봤다. 소모되는 감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성인 배우에 비해서 어린이 배우들이 빠르게 감정 전환도 힘들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현장에서 상황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그걸 그대로 표현해주면 더 잘 표현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도 자유롭게 진행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배우를 찾았다. 그렇게 다섯 명을 뽑고, 촬영 전 3개월간 어린이 배우들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친해지고, 구체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감정에 대해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고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감정을 체험하게 했고, 이후 현장에서 이 얘기를 꺼내면 기억을 소환해서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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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감독/CJ ENM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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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어린이 배우들과 교감해야 해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얻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무조건 맞췄다. 나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에너지를 다 쏟았다. 여기에 다 쏟아부었는데 이걸 어떻게 봐줄지 걱정도 컸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을 들어서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현장에서 어린이 배우들이 프로였다. 사실 슛 들어가기 전에는 놀기도 하고, 갑자기 싸우기도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있는데 막상 시작하면 바로 집중하더라. 정말 대견했다. 나도 이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 성인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하면 1을 말해도 더 채워 듣는데, 어린이 배우는 내가 딱 말한 만큼만 알아듣는다. 감독이 배우한테 원하는 바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배우는 시간이 됐다.

-아이들이 어른 몰래 여행을 떠난다는 서사를 추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작 단계부터 구상된 내용이었다. 원작을 각색할 때, 그 느낌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확실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만의 차별점이 여정이다. 영화는 웹툰보다 더 다이의 성장에 집중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서 다른 공간에서 아이들끼리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이 있으면 했다. 그 성장은 (영화 이야기상) 엄마의 죽음과 관련돼 있어야 하니까, 엄마를 마주하러 가는 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어떨지 생각했다. 특히 이 부분은 아이들끼리 해내면서, 그 안에서 모두 성장을 이뤄낼 수 있길 바랐다. 아이들에게는 물론 어른이라는 존재가 필요하지만, 어쩌면 어른들이 만든 울타리가 가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없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성숙한데 어른들이 무조건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게 도리어 좋지 않을 것 같단 판단이 들더라. 그래서 이런 요소들을 여행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또한 다이가 가진 노란 꽃이, 스스로 틀을 깨고 마침내 성장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영화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이를 이해시키고자 했나.

▶배우들한테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상실과 슬픔 정도로만 얘기했다. 물론 아이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족의 상실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다 알고 있더라.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에 다이가 얘기하는 장면 역시 다이가 촬영할 때 끝까지 엄마가 죽는 장면인지 몰랐다. 연기를 위해서 굳이 그걸 실제로 알게 하는 건 굉장히 폭력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서 슬픔 정도로 계속 이야기했다. 다행히 촬영이 순서대로 찍으니까 자연스레 다이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슬픔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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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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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역할에 이경훈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궁금하다.

▶우선 외적으로 다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다른 네 명의 어린이 배우들은 캐릭터와 성격이 거의 100% 일치했는데, 이경훈 배우는 조금 달랐다. 다이보다 훨씬 더 밝아서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배우가 다이 같은 면도 가지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경훈의 천진함이 좋기도 했다. 웹툰에서는 다이가 훨씬 더 무겁고 내성적이고 소심한데, 다이가 영화에서도 그래야 하나 싶더라. 그래서 다이 캐릭터가 더욱 확장됐다. 사실 엔딩에서 다이가 맘껏 뛰어다니는 장면이 진짜 이경훈 배우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그날 촬영할 때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영화 엔딩에서 엄마와 다이를 표현한 애니메이션도 감동적이다.

▶원작에서도 많이 울었던 부분인데, 영화에서는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특히 엄마의 마음을 표현할 때 그저 모성애로서 보이지 않게끔 하고자 '친구 대 친구'로서 표현했다. 엄마로서 못해준 미안함보다는 그저 다이라는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특히나 아픈 엄마이지만 그게 죄스러움으로 표현되지 않길 바라서, 모성애로 한정 짓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비치고자 했다. '엄마니까'라는 생각에서 탈피하고자 했고, 또한 어른이 본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것도 경계했다. 애니메이션 그림은 따로 애니메이터가 작업을 했는데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많이 고생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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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영화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작업하면서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반면에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있지만, 이 영화에 담고 싶었던 건 마냥 즐거운 모습만이 아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 때문에 즐겁지 않은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모든 소중한 아이들이 즐겁길 바라는데, 이를 만들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나는 어떤 어른인가에 대해서 한 번 즈음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아이들을 이용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 썼다. 그래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순하면서도 동시에 가슴 아프고 반성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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