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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북전단의 도구화’는 그만, ‘보통 북향민 시대’ 열어야 / 전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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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수미ㅣ화해평화연대 변호사

지난 4월15일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였다. 이 주제는 이미 국내에서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접경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대북전단은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 “먹튀왕 김정은”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 김정은” 등과 같이 북한의 지도자를 비난하거나, 우리 전·현직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나는 북한과 남한의 지도자를 비난하는 것이 실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2008년부터 접경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논의와 대북전단에 대한 단속이 있었음에도 당시 그들은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니 마치 지금 정부만이 대북전단을 못 날리게 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가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인권을 유린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북한 인권투사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북한 인권과 대북전단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뛰어난 정치인으로 보아야 할까.

내가 직접 들었던 북한에서 실제 대북전단을 받아본 북향민들의 증언 대부분은 “대북전단을 받고 우리 원쑤(원수)를 비난하는 말에 오히려 상당한 반감이 들었다” “체제를 깨부수자는 게 말이 되나”라는 등 대북전단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삐라를 소지하고 있을 수도, 실려 온 음식을 먹을 수도 없기에 무용하다” “북향민 전체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고 북한에 있는 우리 가족을 위험하게 만드는데, 왜 저렇게 무리하게 삐라를 날리는지 모르겠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부 단체에서는, 대북전단을 북한 인권의 이름하에 돈을 위한 ‘사업 아이템’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왜 효과도 없는 대북전단을 날리느냐”고 묻자 “돈 때문이다”라고 말했다는 북향민의 제보도 있었다.

최근 일부 북향민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5월2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에 대하여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현재 북한 주민들 대부분은 낮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 물품 유입에 대단히 민감하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가 대북전단을 날린다면, 이 대북전단은 사실상 생화학무기가 되어 북한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고, 체제의 존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김여정 부부장은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남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보복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면, 이번에는 무엇일까.

언론에 노출되는 북향민은 전체 3만4천명 중 1%도 안 되는 극히 일부다. 하지만 이들의 언행을 두고 우리 국민들이나 국제사회는 이 사람들이 전체 북향민들의 대표라 생각하는 듯하다. 북향민 커뮤니티 안에서도 세대별로, 지역별로, 성별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있으며, 정부를 비난하며 대북전단을 날리는 그들 역시 이들 중 일부다. 남한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북향민들은 극단적 행위에 대해 불편해한다. 다수의 북향민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북향민 사회 내에서 크다고 생각하기에, 그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공격받을까봐,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 채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이제는 일부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다양한 북향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회의 창을 열어주자. 북한 인권이나 대북전단을 도구로 권력을 향유하는 북향민들이 아닌 보통 북향민들이 한반도 문제의 주체가 되는 ‘보통 북향민 시대’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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