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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반포 대형 재건축 이주 시작..전세난 또 고개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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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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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반포 주공 1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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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대형 재건축 단지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잠잠해진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반포에서만 3600여 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어 반포 일대는 물론 인접한 강남권 단지와 대체지인 과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 전역의 전세 시장에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 때문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이주계획 확정..11월까지 마무리

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말 정기총회에서 현재 단지에 거주 중인 조합원과 세입자에 대한 이주 계획을 확정했다.

이주 기간은 오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 간이다. 조합원 세대별 기본 이주비는 종전자산 평가금액의 40%로 정해졌고, 자금이 부족한 경우 종전자산 평가액의 20%를 추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체 대출한도는 총 2조2000억원(기본 이주비 1조8000억원, 추가 이주비 4000억원)이 책정됐다.

업계에선 이 단지 자산평가금액을 고려하면 30평대는 최대 15억원 안팎, 40평대는 최대 19억원 안팎의 이주비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서울 시내에 다른 주택이 있는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대출이 제한된다.

총사업비 약 10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기존 2120가구를 헐고 5300여 가구의 새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마무리 짓고, 2019년 10월부터 이주할 예정이었지만 조합 내부 소송 등으로 절차가 지연돼 왔다.

인접한 1500여 가구 규모 반포주공1단지 3주구도 조만간 이주계획이 잡힐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반포에서만 약 3600여 가구의 신규 이사 수요가 발생하며, 서초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3월 말부터 이주를 진행 중인 1200여 가구 방배13구역까지 약 5000가구가 새로 이사갈 집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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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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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이주 여건 녹록치 않아…과천, 하남, 강북 마·용·성 등 대체지 거론

자금력이 있는 소유주들은 재건축 기간 인근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의사가 강하지만 전세 물건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3042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3.8% 감소했다. 반포 지역 매물은 90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9.2% 줄었고 우면동(-69.8%) 잠원동(-65.5%) 방배동(-35%) 등도 전세 매물이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했다.

전세 시세는 대폭 상승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28층)은 올해 3월 15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아직 실거래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보다 3억5000만원 오른 18억50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고 최근 호가는 21억~22억 선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반포자이' 단지 같은 평형 전세 시세는 18억~20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이주가 본격화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포동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으로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며 "이주가 시작되면 신규 계약의 경우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포에서 이사갈 곳을 구하지 못한 경우 강남, 송파 등 강남권 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도 기본적으로 전세 수요가 많은 신축 단지는 매물이 귀한 상황이며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적어 이주자들이 집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강남권에서 이사갈 곳을 찾지 못한 수요자들은 과천, 하남, 위례 등 인접한 수도권 지역이나 강북 마용성 지역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마포구 염리동 신축 단지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114㎡ 전세 시세는 14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최근 이 단지 한 소유주는 반포 재건축 이주 수요자와 직거래 전세 계약을 맺기 위해 직접 부동산 카페에 홍보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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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권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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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부족한 세입자들 서울 외곽, 인천 등 이주 가능성

이주비 지원을 받는 소유주와 달리,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에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은 서울 시내에서 신규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선 올해 들어 18건의 전월세 신규 계약이 등록됐는데 보증금 2억~4억원대에 월세 50만원 내외 거래가 대부분이다. 곧 철거를 앞둔 단지여서 전월세 시세는 매우 낮았다.

이런 세입자들은 주변 지역은 물론 강북 마용성 지역에서도 신규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이에 서울 외곽지역이나 인천 등 대체지역에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세에 거주했던 반포 재건축 단지 세입자들은 서울 서남권이나 광명, 부천, 인천 등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이들 지역에서도 순차적으로 신규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서 전세 시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서울 입주물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상반기 내에 대부분 입주가 마무리된다"며 "하반기 들어서는 보유세 이슈도 사라져 서울 시내 아파트값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같은 이주 수요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재건축이 이뤄지면 이사 수요도 있고 전세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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